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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 새순이 나뭇가지에 돋아나는 4월

온 산천이 싱그럽고 생기가 넘쳐흐르건만

무거운 박배낭을 짊어지고

숨을 헉헉대며 오르막을 오르자니 현타가 세게 온다.

왜 이 짓을 하고 있을까?

 

 

 

 

 

 

 

 

 

 

 

 

 

 

 

 

 

 

 

 

 

 

 

 

 

 

 

 

목적지에 도착하면 왜 여길 오려고 했는지를 깨닫게 해 준다.

힘겹게 목표를 이루었다는 성취감과

시원한 전망과 멋진 경치!

 

 

 

 

 

 

 

 

 

 

 

 

 

 

 

 

 

 

 

 

 

 

 

 

 

 

 

 

 

 

 

 

 

 

 

 

 

 

 

 

 

 

 

 

 

그리고 산 위에서 즐기는

막걸리 한 잔과 저녁 식사

그 맛이 기가 막힌다!

 

 

 

 

 

 

 

 

 

 

 

 

 

 

 

 

 

 

 

 

 

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해넘이까지 실컷 구경한다.

 

 

 

 

 

 

 

 

 

 

 

 

 

 

 

 

 

 

 

 

 

 

 

 

 

 

 

 

 

 

 

 

 

 

 

 

 

텐풍을 마지막으로 감상하며 오늘의 힐링시간을 마무리한다.

준비와 오르는 과정이 귀찮고 고되지만,

이 맛에 백패킹을 간다.

 

 

 

 

 

 

* 함께한 카메라/렌즈: 후지필름 X-E2s + NX 30mm f2 & Pentax-M 120mm f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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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이 완화된 후 찾아온 황금연휴. 온 가족이 다 함께 캠핑을 가고 싶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취지와 맞지 않은 듯하여 고심 끝에 둘째 딸과 단 둘이 백패킹을 떠나기로 한다.

 

작년에는 둘째와 산속 임도 걷기 백패킹을 했었고, 올 해는 작년과는 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 섬으로 가기로 둘이서 결정을 지었다.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아빠와 조개 잡이를 하고 싶은 둘째의 바람과 조용한 해변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서해 낙조를 원 없이 구경하고 싶은 아빠의 희망 사항이 합쳐진 결정이다. 

 

백패킹에 필요한 식재료는 전부 집 근처에서 구매를 하고, 내려가는 동안 휴게소를 거치지 않는 등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로 하였다. 모든 준비를 끝내자마자 차를 몰고 서해안으로 향했다. 출발한 일시는 5월 1일 오후 1시. 전 날 석가탄신일엔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을 이번 연휴에 한꺼번에 표출하려는 듯 수많은 차들이 도로 위로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오늘은 그리 많이 막히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안일한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아 처참히 뭉개지고 말았다. 차들이 서해안 고속도로로 몰리며 고속도로 올라타기도 쉽지 않았고, 안면도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차들이 빽빽이 들어차 정체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막히지 않는다면 3시간이 걸리지 않는 곳이지만, 4시간이 넘게 걸려 결국 원산도 오봉산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오봉산 해수욕장은 우리 부녀가 하룻밤을 지낼 장소가 아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이 곳에서 높지 않은 산을 넘어 있는 이름 없는 작은 해변. 지도로 미리 검색만 했을 뿐, 가는 길이 제대로 있는지도 모르고, 실제 해변이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도 가보지 않고선 알 수 없는 미지의 장소였다. 

 

 

 

 

 

 

 

 

 

 

 

키 큰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그 아래로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는 활엽수 사이로 넓진 않지만 평탄한 산길이 또렷이 보였다. 야트막한 산이라 오르막길이 끝나는 지점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산 능선에서 해변으로 향하는 내리막길도 예상외로 길이 잘 뚫려 있었고, 그 내리막길 끝에는 지도로만 봐왔던 우리만의 해변이 펼쳐져 있었다. 

 

 

 

 

 

 

 

 

 

 

 

 

 

 

지도를 펼쳐 놓고 이 곳은 어떤 곳일까 궁금해하다가 실제 그곳을 찾아가 지도와 실제의 차이를 발견하는 것도 여행의 묘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곳은 지도에서 보고 상상한 것보다 더 큰 해변이었다. 그리고 지도에는 보이지 않던 해양 쓰레기가 해변 안쪽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누군가 이 곳에 와서 쓰레기를 버렸다기보다는 대부분 태풍이나 물난리에 바다로 떠내려왔다 이 곳에 쓸려온 것으로 보인다. 깨끗한 해변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쓰레기는 우리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간이 만든 쓰레기보다 더 안타까운 것이 있었으니. 우선 날씨가 좋지 않다. 상상하던 수평선 위 쏟아지는 햇빛은 온데간데없고, 하늘엔 회색 빛 구름이 가득하다. 설상가상으로 이 곳에 도착한 시각이 바닷물이 점점 해변으로 몰려오는 밀물 시점이다. 물이 더 빠져야 조개 캐기를 할 수 있는데 물이 밀려들어오는 걸 보니 조개 캐기도 쉽지 않겠구나 라는 불길한 예감이 문득 들었다. 혹시나 해서 이 곳 물때를 확인해 보니 간조 시각은 새벽 3시와 오후 5시경. 아름다운 서해의 일몰과 조개 캐기는 이번엔 어려울 것 같다. 빨리 포기를 하고 오랜만에 만난 바다를 즐기기로 한다. 

 

 

 

 

 

 

 

 

 

 

 

 

 

 

 

 

 

 

 

 

해변 여기저기 탐색하고, 파도와 술래잡기 놀이도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개가 없는지 모래를 파보기도 하고, 조개 대신 바위에 붙은 소라를 잡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보이지 않던 해가 떨어졌는지 날이 어두워지고 낮보다 바람 세기가 조금 더 강해졌다. 산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저녁 날씨는 꽤 쌀쌀했다. 이번 저녁 주 메뉴도 라면이다. 작년 임도 백패킹 때 깜빡하고 안 챙겨 곤혹을 치른 터라 이번에는 출발 전 라면을 챙겼는지 여러 번 확인을 했다. 그 소중한(?) 라면을 맛나게 먹고 바람을 피해 텐트 안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다 잠자리에 들었다.

 

 

 

 


 

 

 

 

깨어있을 땐 평온하게 들리던 파도 소리는 잠자리에선 꽤나 크게 들렸고, 그 소리에 여러 번 깨곤 했다. 날이 밝아지기 시작할 즈음부터는 이른 아침 조업에 나선 어선의 엔진 소리가 파도 소리보다 더 크게 들려왔다. 

 

 

 

 

 

 

 

 

 

 

 

 

 

 

 

 

 

 

 

 

 

 

 

아침에도 어제 오후와 풍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늘이 흐리고, 바다도 하늘처럼 회색빛이다. 바다 한가운데에서는 선원들이 조업으로 바삐 움직일 테지만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한적하기만 하다. 작게 보이는 배는 움직임이 없고, 느린 속도로 끝없이 들이치는 파도도 정적이다. 가끔 작업을 마친 배가 지나가면서 그림 같은 풍경에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아침을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바라보는 바다는 그렇게 평온했다.

 

 

 

   

 

 

 

 

 

 

 

 

 

 

 

 

 

 

 

 

 

 

 

 

 

 

 

 

 

 

 

 

 

이제 짐을 정리하고 어제와 오늘 동안 우리만의 해변이었던 이곳을 떠난다. 돌아가는 길도 바다만큼 평화롭다. 한 번 걸어본 길이라 익숙해져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길 곳곳엔 어제는 눈에 잘 띄지 않던 봄 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산을 내려와서도 차가 다니는 도로 가에는 유채꽃이 활짝 피어 꽃길을 만든다. 차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 후 그냥 떠나지 않고 오봉산 해수욕장을 향한다. 당분간 보기 힘들 바다와 좀 더 있고 싶어서다.

 

 

 

 

 

 

 

 

 

 

 

 

 

 

 

 

 

 

 

 

 

 

 

우리가 머물렀던 해변보다 몇십 배 더 커 보이는 해수욕장을 보고 둘째가 좋아서 막 뛰어다닌다. 즐거워하는 딸의 모습을 보니 아빠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아름다운 일몰도 보지 못하고 조개 캐기도 성과를 못 냈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풍경 좋고 한적한 해변에서 딸과 단 둘이 보낸 것 그 자체 만으로 100%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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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이곳을 선택한 건 아니었다. 

겨울이 되면 더 무거워지는 배낭의 무게를 감안해서 많이 힘들지 않고 적당히 운동이 되는 곳으로 가려했었다.

 

먼저 레이더에 감지된 곳은 각흘산. 

원적산과 같은 이유로 능선에 나무가 잘려 나가 황량하고 거친 느낌의 산.

 

 백패킹 갈 곳을 리스트에 올려놓고 한 곳 한 곳 직접 찾아가 보는 걸 난 좋아한다. 모니터로 후기만 봐오던 곳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는 단순한 행위 이건만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오늘도 위시 리스트 중 한 곳을 찾아간다는 사실에 룰루랄라 신나 하면서 차를 몰고 포천에서 철원 쪽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들머리에 도착하자마자 처참하게 무너졌다. 

 

들머리는 굳게 닫혀 있었다. 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등산로를 폐쇄한다는 글이 쓰여 있었다. 돼지열병이 대한민국에서 종식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포천과 철원 경계지역에 위치한 외진 이곳은 돼지열병을 차단하기 위해 여전히 멧돼지와 싸움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과감하게 포기를 하고 대안으로 선택한 곳이 근처에 위치한 명성산. 

산정호수를 품고 있고, 가을이면 산 능선을 뒤덮는 억새로 유명한 곳이며, 궁예의 이야기가 전해오는 산이라는 것 빼곤 명성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급하게 지도를 검색해 찾아간 들머리, 산안고개에서 바라본 명성산의 첫인상이다. 육산이 아닌 바위산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지만, 들머리 여기저기 보이는 군부대 훈련 진지에 더 눈이 쏠렸는지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계곡을 따라 나있는 등로에도 바위와 돌 투성이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돌부리와 바위를 밟고 지나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평탄하지 않은 바닥과 불규칙한 보폭에 시간은 지체되고 다리는 점점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지만 산정산에서의 혹한을 대비하기 위해 챙긴 짐으로 무거워진 배낭을 메고 오르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각흘산을 들렀다 오느라 출발이 늦은 데다 산행 속도를 더디게 하는 무수한 돌부리들 때문에 삼분의 일도 가지 않았는데 벌써 해가 지려고 한다. 서산으로 떨어지는 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오늘도 초행길에 야등이구나'라는 생각에 불안한 한 숨을 내뱉는다. 

 

 

 

 

 

 

 

 

 

 

 

 

 

명성산의 팻말은 친절하지 않다.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어두워져 좁아진 시야와 고도가 높아질수록 급하지는 경사. 그리고 여전히 괴롭히는 돌과 바위들 때문에 산행속도는 느려질 만큼 느려진다. 속도가 느린 만큼 덜 힘들어야 하는데 숨이 차오르는 건 여전하고, 머릿속 계산으론 벌써 정상에 도착해야 하는데 줄곳 보이는 봉우리는 여전히 머리 위로 우뚝 솟아 있어 미칠 지경이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다. 하늘까지 연결되어 있을 것 같던 오르막길은 어느덧 끝이 나고, 덜 수고스러운 능선길을 탄 지 얼마 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산 위에서의 저녁 식사는 언제나 꿀맛이지만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 탓인지 평소보다 빨리 끝나고, 침낭 안에 지친 몸을 뉘이자마자 눈은 저절로 감기었다. 

 

 

 


 

 

 

인기척은커녕 새소리, 야생 동물의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고요한 새벽에 잠을 깼다. 

"샥  -   샥"

텐트 위로 무언가 내려앉으며 나는 아주 부드러운 소리. 

눈이 내려앉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처음 듣는 소리였지만, 집중해서 다시 들어봐도 눈이 내려앉는 소리가 분명했다. 주변이 워낙 조용해서 그 작은 소리가 텐트 안에선 제법 크게 들려왔다.

'눈이 많이 내리면 내일 귀갓길이 힘들 텐데 어쩌나'라는 생각을 하고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 말자 텐트 지퍼를 살짝 열고 밖을 내다봤다. 눈은 없었다. 

또렷이 기억이 나는 걸로 봐선 분명 꿈을 꾼 건 아니었다. 텐트 문을 활짝 열고 밖으로 나서자 새벽에 들려왔던 소리의 정체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상고대. 산 꼭대기에 머물던 수증기가 새벽 찬 기운에 얼어붙으면서 박지 주변 나무들을 모두 흰 옷으로 갈아입혔다. 동계 백패킹을 하면서 상고대 내려앉는 소리를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또 다른 장관이 반대편으로 펼쳐진다. 산골짜기에 피어오르는 운무 사이로 일출이 시작되었다.

 

건너편 왼쪽 상단에 봉긋 솟은 산이 각흘산이다. 이번에 오르진 못했지만 먼발치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산상 아침은 영하의 날씨지만 지난 번 능경봉 백패킹 때에 비하면 봄 날씨처럼 포근하다.

덕분에 의자에 앉아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는 잠깐의 여유도 누릴 수 있었다.

 

 

 

 

 

 

 

 


 

 

 

다시 배낭을 메고 내려가는 길에도 온통 상고대 세상이다.

 

 

 

 

 

 

 

 

 

 

 

 

 

 

 

 

 

 

 

 

 

 

 

 

 

 

 

 

 

 

 

어제 저녁 예상보다 늦어져 그냥 지나쳤던 정상을 들렀다 본격적으로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어제 고개를 들 때마다 보이며 수 차례 절망에 빠뜨렸던 삼각봉이 하산할 때는 금세 나의 시선에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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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 백패킹!

백패킹을 시작한 지 제법 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단어.

돈이 없어 장비를 미리 장만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선뜻 실행에 옮기기엔 뭔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져서가 아닐까.

 

머릿속에서 그 단어를 끄집어내어 몸소 체험을 하려고 하니 생각보다 복잡할 것이 없다.

경험해 보지 못해서 생기는 이런저런 상상과 추측으로 복잡하던 머릿속이 한결 명료해졌다.

 

이왕 체험을 하는 바엔 제대로 해 보자는 생각에 강원도로 향했다.

사시사철 바람이 시원스레 불어오는 곳.

겨울이 되면 우리나라 최설 지역 중 하나인 곳.

대관령이 이번 산행의 목적지다.

 

 

 

 

 

 

 

 

 

 

 

완만한 대관령 고원 능선을 타고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대관령 휴게소 풍력발전기는 힘차게 돌아간다.

풍력발전기를 등지고 길지 않은 우리의 산행은 시작된다.

 

 

 

 

 

 

 

 

 

 

 

 

 

겨울 산의 모습은 단조롭고 황량하기만 하다.

쌓인 눈에 낙엽도 보이지 않는 겨울나무는 죽은 듯 더 메마르고 앙상해 보인다.

키 작은 조릿대 잎만이 이 산속에 흔치 않은 초록빛 존재감을 보인다.

 

동지를 갓 지난 산속 늦은 오후에 인기척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흔적이라곤 하얀 눈 위 발자국.

 

 

 

 

 

 

 

 

완만하게 시작하던 등로는 점점 경사가 급해지고,

추운 산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챙긴 장비로 가득 찬 배낭 무게에 걸음을 멈추고 쉬어가는 일이 잦아진다.

쉬기 적당한 포인트에 먼저 다녀간 누군가가 눈 위에 새겨 놓은 "능경봉"

새하얀 화선지에 붓으로 써 놓은 듯 멋지다.

우리가 목적지에 제대로 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표시이기도 해서 더 맘에 든다.

 

 

 

 

 

 

 

 

아무래도 정상에 도착하기 전 어두워질 듯하다.

다행히 하얀 눈 위 발자국은 여전히 또렷한 편이다.

헤드랜턴을 꺼내지 않고 쉬다 가다를 반복하며 올라가니 동쪽으로 강릉 시내가 눈에 들어오고

잠시 후 헬기장을 지나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위와 오리에게는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한겨울에 우모로 된 옷과 침낭이 없다면 백패킹은 쉽게 도전하기 어려울 듯싶다.

우모복과 다운부티로 무장하고 텐트 안에서 따뜻한 음식을 먹으니 제법 견딜만하다.

 

 

 

 

 

 

 

 

능경봉의 조망은 뛰어나진 않지만 괜찮은 편이다.

평창 쪽 전망은 나무에 가려 볼 수가 없지만, 반대편 나뭇가지 너머로 강릉 야경이 눈요기가 되어 준다.

야경과 별 사진을 찍으러 텐트 밖으로 나왔다 몇 장 찍지 못하고 텐트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손가락, 발가락이 얼어붙을 것 같이 추워서 밖에서 오래 버틸 수가 없다.

 

 

 

 

 

 

 

 

 

 

 

 

 

 

 

 

 

 

 

우모복을 그대로 입고 침낭 안에 들어가 번데기처럼 누웠다.

핫팩을 두 개를 터뜨렸는데도 침낭 안은 따스한 기운이 별로 없다.

언제쯤 따뜻해지려나 생각하다 잠이 들었나 보다. 살짝 더운 느낌이 있어 잠에서 깼다.

밤새도록 텐트를 때리는 바람 소리가 제법 시끄러웠지만, 1300g 구스 침낭 덕분에 얼어 죽지 않고 잘 잤다.

 

 

일출을 구경하러 온 또 다른 백패커 발자국 소리에 잠에서 깼다.

침낭 안은 천국, 밖은 그냥 지옥같이 춥다.

침낭 안에서 천년만년 있고 싶을 정도로 나가기 싫었지만

일출 구경을 하고 하산을 할 생각에 번데기 모드를 해제하고 텐트 밖을 나왔다.

 

 

 

 

 

 

 

강릉 시내는 아직 잠들어 있고,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해가 떠오려나 보다.

매서운 추위에도 일출은 늘 그렇듯이 순수하고 장엄하다.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태양같이 희망찬 기운이 불끈 솟아오르는 기분이다.

 

 

 

 

 

 

 

 

 

 

 

 

 

 

 

 

 

 

 

 

 

 

 

 

 

 

 

 

 

 

 

 

 

 

 

 

해가 어느 정도 떠오르자 깜깜하기만 했던 능경봉 정상도 제 모습을 되찾았다.

밤새 춥긴 추웠나 보다.

서리가 내려앉은 텐트도 바짝 움츠린 듯 긴장감이 서려있고,

텐트 안에 있던 물병의 물은 꽝꽝 얼어붙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해발 750 미터에 위치한 대관령면이 오늘 아침 영하 10.6도란다.

이 곳 능경봉이 1,120 미터 정도이니 영하 13도까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혹한의 추위 속에서 하룻밤을 잘 버텼다.

앞으로 동계 백패킹을 자신감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P. S.]

 

최근에 구매한 저렴이 수동 렌즈를 들고 이번 산행을 나섰는데 잘못된 판단인 듯하다.

초첨을 일일이 맞춰야 하는 수동 렌즈의 특성상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고, 추운 겨울에는 동상 걸리기 딱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먼지가 사진에 잡혔다. 미러리스의 특성상 센서에 먼지가 잘 들어간다.

청소를 자주 하고 수시로 점검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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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기 전 멀리 강원도로 백패킹을 떠났다. 

그동안 집에서 가까운 경기도에 있는 산으로 주로 백패킹을 다녔었다. 오늘 처음으로 강원도로 백패킹을 가게 되어 나름 의미 있는 날이다. 한 가지 더 의미를 찾는다면 처음으로 1,000 미터가 넘는 높은 곳으로 간다는 것이다. 대부분 해발 500 ~ 600 미터 남짓한 산을 찾았었고, 박배낭을 메고 올라간 제일 높은 산은 790미터 높이의  충남 오서산이었다. 

 

해발 1,261미터 태기산으로 향하면서 이제 나도 진정한 백패커나 되는 건가 라는 우쭐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사실 이번 백패킹은 500 ~ 600급 산행보다 훨씬 수월한 산행이 예상된다.

 

 

 

 

 

 

 

 

출발 지점이 해발 980미터다. 

신대리에서 출발하는 제대로 된 산행 코스가 있지만 토요일 늦게 횡성에 도착한 우리는 거의 1천 미터 높이 양구두미재까지 차를 끌고 올라왔다. 1천 미터를 거저먹고 시작하는 셈이다. 

 

이 곳에 설치된 풍력 발전기를 따라 정상까지 임도가 잘 닦여져 있다. 겨울에는 보통 차단기가 내려져 있어 차를 가지고 임도를 들어갈 수 없지만 오늘은 개방되어 있다. 더 편하게 가려면 차를 타고 임도를 탈 수 있지만,

"백패커의 자존심이 있지, 완전 날로 먹을 수는 없잖아."

고개에 차를 세우고 잘 포장된 임도 초입으로 접어든다. 

 

 

 

 

 

 

 

 

 

 

 

 

 

 

 

 

 

 

 

잠시 후 풍력 발전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제주도에서도 보고, 선자령에서도 보고 여러 번 봤었지만 매번 가까이서 볼 때마다 거인 같은 덩치에 '와~" 짧은 감탄사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이 곳 발전기는 번호가 이름을 대신하고 있다. 입구부터 1번으로 시작해서 7번까지 한 그룹으로 모여있는데, 6번 발전기 앞으로 시원한 전망이 펼쳐진다. 마침 일몰 시각이라 서쪽 하늘 짙은 회색 구름 사이로 노란 듯 붉은 듯 부드러운 빛깔이 스며 나온다.

 

 

 

 

 

 

 

 

 

 

 

 

 

 

 

 

 

 

 

 

 

 

 

 

 

 

 

 

 


 

 

 

 

일몰이 절정이라 조금 있으면 사방이 어두워질 시각이지만, 우리는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정상은 밟아봐야 하지 않겠냐며 정상으로 향하는 가파른 지름길에 올라섰다. 

 

 

 

 

 

 

 

 

 

 

 

 

30분 가량 제법 경사진 길을 타고 정상에 도착하니 사방이 깜깜하다. 정상석에는 무슨 글씨를 새겨놓았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아직 붉은 기운이 남아있는 서쪽 하늘에는 거친 붓칠을 한 듯 짙게 깔린 구름이 눈 앞에 펼쳐지고, 제법 먼 거리에서 풍력 발전기가 느린 속도로 돌아가며 정적인 풍경에 역동적인 이미지를 불어넣는다. 꽤나 이국적인 풍경이다.

 

 

 

 

 

 

 

 

 

 

 

 

 

 

 

 

 

 

정상석 주변의 공터에는 차를 타고 온 캠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조용히 쉬기는 어려울 것 같아 다시 박지를 찾아 걸어내려갔다. 전망 좋고 평평한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걷다 보니 다시 6번 발전기까지 가게 되었다. 오늘은 6번이 행운의 번호인가 보다.

 

 

 

 

 

 

 

 

 

 

 

 

 

 

 

 

 

 

 

 

 

 

 

 

 

 

 

 

11월 말 높은 고지에서의 밤 날씨는 예상외로 포근했다. 바람을 쐬러 텐트 밖으로 나올 때마다 6번 발전기 위로 별들이 쏟아져 내릴 듯 매달려 있었고, 서쪽으로 횡성 야경이 희미하게 빛나며 어둠 속에서도 눈 앞으로 시원한 전망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텐트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 때는 잘 몰랐는데 잘 준비를 하려고 할 때부터 6번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는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소리가 밤새도록 귀에 거슬렸다. 팬 돌아가는 소리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어느덧 아침이 되었다.

 

 

 

 

 

 

 

 

 

 

 

 

 

 

 

길 건너편 짙게 깔린 구름 사이로 해가 떠오르며 또 다른 하루의 시작을 알려온다. 6번 발전기는 내 귀의 예민함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아침에도 "슝-슝" 소리를 내며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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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 순환도로를 타고 일산 방향으로 가거나, 올림픽 대로를 타고 서울을 가로지를 때 차창 너머 멀리 우뚝 솟아있는 북한산의 모습이 눈에 성큼 들어올 때가 있다. 비록 가까이 보이지는 않지만 멀리서도 웅장하게 서있는 그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북한산 바위 덩어리의 거친 경사를 헐덕거리면서 딛고 올라가 화려하고 거대한 암릉의 모습을 눈앞에서 마주할 땐 공포와 비슷한 경외감을 느끼게 해 준다. 멀리 서든 가까이에서든  늠름하고 빼어난 산세에 부러운 마음 감출 길 없다. 도심 가까이에 이렇게 멋진 산이 있다는 사실에 서울 시민이 부러울 뿐이다.

 

오늘은 북한산 경치를 실컷 보고 싶어 백패킹을 하기로 한다. 국립공원에 속해있는 북한산에서는 백패킹이 허락되지 않는다. 다행히 북한산에서 백패킹을 하지 않으면서 북한산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산이 있으니 바로 노고산이다. 북한산 서쪽, 은평과 양주를 잇는 북한로를 사이에 두고 노고산이 위치해 있다.

 

사실 노고산은 백패커들에게 너무나 유명한 장소다. 블로그에 올라오는 주말 노고산의 풍경 사진들을 보면 마치 캠핑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정상 헬기장은 텐트로 가득 들어찬다.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는 텐트 수가 줄어들긴 하지만 계절에 상관없이 정상 헬기장은 알록달록 텐트의 불빛으로 가득 채워진다.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은 절실하나, 번잡한 야영이 싫어 '언제 가보나' 하고 기회만 노리고 있다 드디어 올 가을 평일 백패킹을 가기로 한다. 지금까지 차를 이용해서 백패킹을 다녔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다.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은 설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조심스럽다. 더군다나 큰 배낭을 메고 버스에 오르내리고,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혹시나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긴장이 된다.

 

 

 

 

 

 

오늘은 은평에서 백패킹을 함께 할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수원에서 은평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고 집 근처 지하철 역에 가서 2번이나 지하철을 갈아타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덜 주기 위해 지하철 맨 끝 칸 벽에 배낭을 내려놓고 번호가 다른 두 지하철 노선을 갈아탈 때에도 맨 끝으로 가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고 또 많이 걸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은평에 도착해서 친구를 만나고 나니 산을 타지 않았는데도 등산한 것처럼 근육에 피로가 쌓이는 느낌이다. 은평에서 목적지까지도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면 산에 도착하기 전에 퍼졌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친구 차로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들머리는 흥국사. 한적하고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차 공간이 있어 훌륭한 들머리 장소가 되어 주는 곳이다.

 

 

 

 

 

 

 

 

 

 

 

 

흥국사를 바라보고 오른편으로 들머리가 있다. 그곳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북한산이 지척에 있건만 화려한 암릉 미를 자랑하는 북한산과는 다르게 노고산은 겉으로 솟아난 바위가 거의 없는 부드러운 육산이다. 덕분에 산행하기엔 수월한 편이다. 가끔 턱밑까지 숨이 차오르는 깔딱 고개가 있지만 그 급경사만 지나면 대체적으로 완만한 오르막, 내리막이 나타나는 코스다.

 

흥국사에서 시작하는 등산코스는 나무숲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구간에서 북한산을 볼 수 있다. 나무 숲 사이로 북한산 사령부의 모습이 보이다가 가끔 조망이 터지는 지점이 있다. 가빠진 숨을 고르고 물 한 모금 마시면서 경치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 하다.

 

 

 

 

 

 

 

 

 

 

 

 

 

 

 

 

 

 

 

 

 

 

제법 오랫동안 걸었다는 느낌에 이제 정상까지 얼마 안 남았겠거니 생각했는데, 아직 1.8 km나 더 가야 한다. 초행길은 실제 거리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건너편으로 북한산 암봉들이 늦은 오후 햇살에 한동안 반짝이다가 그 빛이 점점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마지막 저녁 노을빛에 다시 노랗게 불타오른다. 그 불빛을 마지막으로 사방이 점점 어두워진다. 오랜만에 하는 야등이다. 올봄 4월에 사용한 후 다시 꺼내 든 랜턴 불빛이 꺼져가는 호롱불처럼 영 시원찮다. 5개월 이상 방치하는 동안 건전지가 거의 방전 상태인 줄도 모르고 점검도 하지 않고 무작정 들고 온 내 불찰이다. 다행히 캠우의 랜턴 불빛은 깜깜한 산속에서 자동차 헤드라이트만큼 밝다. 새까맣고 선선한 공기로 가득 찬 등산로를 친구의 랜턴 불빛에 의지해 무사히 정상까지 도달했다.

 

 

 


 

 

 

 

추석이 얼마 지나지 않아 보름달 수준으로 밝은 달이 정상 헬기장에는 아무도 없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 헬기장 구석구석을 비춰주고 있었다. 그 불빛을 조명 삼아 텐트를 설치하고 이제 산속에서 여유를 즐길 시간이다.   

 

비교적 밝지만 새까만 밤하늘에 침침한 듯 시린 달빛. 발 아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땅에서 올라오는 화려한 도심의 불빛. 하늘에서 은은하게 내려오는 달빛과 땅에서 하늘로 침범해 오르는 사람들의 불빛이 만나는 곳에서는 북한산의 실루엣이 또렷하다.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를 중심으로 우뚝 솟은 북한산 사령부. 어두운 밤에도 그 모습은 당당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삼각산이라는 옛 이름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직관적이고 절로 고개가 끄덕이는 이름이다. 언제부터 이름이 변경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눈 앞에 펼쳐진 그 모습을 보면서 입에서 자연스레 튀어나온 이름은 "삼각산".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눈 아래에 펼쳐지니 마치 그 세상을 잠시 떠나온 기분이다. 반복되는 일상과 사람, 차들로 북적대는 번잡함을 두고 이렇게 산상 세상으로 올라오니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서늘하고 맑은 밤공기도 정상에 가득하여 상쾌함을 더욱 부추기고, 정신은 맑고 또렷하다. 정신만 또렷한 게 아니다. 뱃속도 허기가 졌음을 또렷하게 알려오고 가볍게 준비한 저녁은 역시나 꿀맛이다. 수저를 챙기지 않아 친구의 나무젓가락을 빼앗다시피 집어 들고 먹어서 더 맛났는지도 모른다.

 

남자들의 수다 시간은 끝나고 잠자리에 들었다. 막 잠들었나 싶었는데 그 야밤에 한 분이 홀로 올라오셨다. 이 곳은 평일에도 전세캠이 쉽지 않은 곳임을 새삼 깨닫는다.

 

 

 

 

 

 

 

 

 

 

 

 

 

 

 

 

 

 

 

 

 

 

 

 

 

 

 

 

 

 

 

 

 

 

 

기나긴 어둠의 시간이 지나고 동틀 시간이다. 북한산 사령부 동쪽으로 붉은 기운이 깔린다. 인공의 색 재료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을 듯하다. 색감이 이렇게 고울 수가 없다. 붉은 기운은 서서히 노랗게 변하더니 둥그런 불덩어리가 드디어 치솟아 오른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동안 자연은 매일 태양을 하늘에 올리기 위해 긴 시간을 뜸 들이고 색을 바꿔가며 하늘을 덧칠하는 세심한 정성을 보인다.

 

 

 

 

 

 

 

 

 

 

 

 

 

 

 

 

 

 

 

 

 

 

 

 

 

 

 

 

 

 

 

 

 

 

 

 

 

 

 

아랫동네도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높이 솟은 태양 아래 북한산의 모습이 또렷하다. 서둘러 철수 준비를 마치고 이제 하산하기로 한다. 하산하는 동안에도 계속 눈에 들어오는 북한산의 모습. 이번 산행을 하는 동안 원 없이 쳐다보아서 당분간은 그리운 마음이 덜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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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수도권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7월 첫 주말, 박 배낭을 둘러매고 가평 어느 작은 계곡으로 찾아들었다. 35도를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지만 한여름처럼 습도가 높지 않아 그늘진 계곡으로 들어서자 산행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기온이 적당히 내려간 느낌이다. 

 

이 곳은 물놀이를 할 정도로 큰 계곡이 아닌 데다, 장마가 시작되었다고는 하나 장마에 걸맞은 비가 한 번도 내리지 않아 계곡에 수량이 적다. 한여름 풍부한 수량으로 흘러내리는 시원함이 없어 아쉽기는 하나, 계곡을 따라 난 길을 걸으며 듣는 계곡물소리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이듯 귀를 편안하게 만든다. 

 

 

 

 

 

 

 

 

 

 

 

 

 

 

 

 

 

 

 

 

 

 

 

 

 

 

 

 

 

 

 

 

 

 

 

 

 

계곡을 따라 난 길이 만만치가 않다. 산세는 부드러운 육산으로 보이나,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골짜기에는 바위가 많다. 경사진 바위골 사이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이라 자칫 발을 헛디디면 계곡 아래로 떨어질 수 있어 한 발 한 발 조심히 내딛는다. 가끔은 두 발로는 도저히 지나갈 수 없어 손까지 사용해 겨우 지나가야 하는 곳도 있다. 

 

바위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은 급경사 바위에서 작은 폭포가 된다. 그 폭포 아래에는 어김없이 소(沼)가 있어 그곳으로 뛰어들라고 우리를 유혹한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정도로 덥지 않지만, 무거운 박 배낭을 메고 계곡길을 오르느라 등에 땀이 흥건하다. 배낭을 내팽개치고 당장이라도 입수하고 싶지만 챙겨 온 여벌의 옷이 없어 시원한 계곡물에 손을 담그고 세수를 하며 뜨거운 몸속의 열을 빼낸다.

 

 

 

 

 

 

 

 

 

 

 

 

 

 

 

 

 

계곡 옆 좁다랗고 가파른 길을 가다 보면 가끔은 희미해서 길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 가고, 계곡을 건너야만 다시 길이 이어지는 곳이 여러 번 있어 길이 없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도 해보지만, 신기하게도 길은 계곡을 따라 쭉 이어진다. 그 좁다란 길을 따라 곳곳에 조그만 폭포와 소가 나타나 지겨울 틈이 없다. 

 

 

 

 

 

 

 

 

 

 

 

 

 

 

 

 

 

 

 

 

 

 

 

 

 

 

 

 

 

 

 

 

 

 

 

 

 

 

한 참을 올라가도 수량이 줄지 않고 물은 쉼 없이 흘러내린다. 길 옆으로 잣나무가 제법 보이기 시작한 후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한다. 계곡을 앞으로 두고 계단식으로 된 잣나무 숲이 오늘의 박지다. 

 

배낭을 내려놓고 텐트를 치기 전에 의자와 테이블을 꺼낸 후 막걸리부터 시원하게 한 잔 꿀꺽 들이켠다. 산행 후 마시는 막걸리 맛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다. 오늘은 잣나무 숲에서 마시는 잣막걸리다. 그 맛을 도저히 표현을 할 수가 없어 "카아~" 감탄사만 시원하게 내뱉을 뿐이다.

 

 

 

 

 

 

 

 

 

 

 

 

 

 

 

 

 

 

 

 

 

 

 

 

 

 

 

 

 

 

 

 

 

 

 

 

 

 

 

 

 


 

 

잣나무                     

학명: Pinus koraiensis

영문명: Korean nut pine or Korean white pine

위키백과 설명: 구과목 소나무과 식물로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 극동러시아, 일본 혼슈와 시코쿠에 분포하며, 한국에서는 대부분 고산지대에서 자생하고 있다. 수고는 30m가 넘게 자라며 흉고직경 역시 1m가 넘게 자란다. 한대성 수종으로 남해안과 제주도 같은 온대성 지방에서는 생육이 불량하다. 목재는 건축(건구, 내장), 가구, 포장, 합판, 펄프, 목탄으로 이용되며, 열매는 식용 혹은 약용으로 쓰인다. 

 

 

한대성 식물이다 보니 우리나라의 경우 평안도, 함경도에 주로 분포하고 남한의 경우 경기 북부와 강원도에 주로 자란다. 그중 가평이 잣열매 생산지의 40~45%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가평에는 백패커들에게 잘 알려진 잣나무 숲이 꽤 많다. 연인산, 서리산, 축령산, 대금산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고, 이 잣숲 대부분은 화전민들이 살던 곳을 강제 이주시킨 후 잣나무 숲을 조림하여 평평하거나 계단식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가 찾은 이 곳도 계단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여기저기 돌로 쌓은 흔적이 있어 화전민들이 살던 곳인 듯하다. 

 

잣나무 숲은 백패커들에게 인기 있는 박지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몇 가지로 추려본다면 다음과 같다.

 

●  쭉쭉 곧게 뻗은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아늑함 (시각)과 푹신한 바닥 (촉각)

 

일직선으로 30미터까지 높이 자라는 잣나무를 우러러보면 경외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키다리 나무들 사이에 자리를 잡아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자연의 일부가 된 듯 겸손해지기까지 한다. 뿐만 아니라 높은 곳에서 햇빛을 가려주니 아래쪽에서는 쉬기 좋은 그늘이 충분히 만들어진다. 

 

 

 

 

 

 

 

 

 

 

 

 

 

 

 

 

 

 

 

 

잣나무 아래 그늘이 많은 이유가 또 있는데 그건 바로 잎의 개수에 있다. 소나무 잎 2개, 리기다소나무 잎 3개, 잣나무 잎은 무려 5개다. 잎이 많다 보니 그늘을 더 만들어내는 건 당연한 이치. 그늘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충실히 한 후에는 바닥에 수북이 쌓여 양탄자처럼 푹신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텐트 안에 누웠을 때 등이 배기지 않고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그늘이 많고 바닥에 솔잎이 여러 겹 깔리다 보니 잣숲에는 잡목이 상대적으로 잘 자라지 않는 듯하다. 인공조림인 이유가 크겠지만 아무튼 잣나무 특성으로 인해 잣숲은 여러모로 깔끔한 인상을 많이 준다.  

  

 

 

 

 

 

 

 

 

 

 

 

 

 

 

 

 

 

 

 

 

 

●  잣나무에서 뿜어 나오는 상쾌한 피톤치드 냄새 (후각)

 

이른 아침부터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산 정상과는 다르게 잣나무 그늘 사이로 조심스레 스며드는 햇살로 조금 늦게 둘째 날의 여행 일과가 시작된다. 텐트 문을 열었을 때 코끝으로 전해져 오는 상쾌한 잣나무 숲 향은 백패커들이 잣숲을 찾는 또 다른 이유다. 후각이 가장 강력하게 인간의 뇌를 자극하는 감각이라고 한다 (책 '자연이 마음을 살린다"에서 인용). 그래서인지 잣잎이 푹신하게 깔린 바닥에서 올라오는 구수한 흙냄새와 수백 그루 잣나무 숲에서 발생하는 상큼하고 시원한 느낌의 이 향은 단번에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매일 아침 이런 기분 좋은 향기를 맡으며 일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제 잣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의 양은 편백나무나 구상나무 등에 비하면 많지 않다고 한다. 

편백나무 > 구상나무 > 삼나무 > 전나무 > 잣나무, 소나무 

 

피톤치드 양을 떠나 잣나무 숲에서 맡는 상쾌하고 근사한 향기는 꽤나 강렬하고 인상적이어서 잣나무 숲을 한 번 찾으면 그 매력에 푹 빠져 다시 찾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평평하고 푹신한 바닥에 등을 대고 푹~ 잘 잤다. 기분 좋은 향이 사방에 진동을 하고, 조용한 클래식 같은 계곡물소리와 새소리가 들려오는 오감이 만족스러운 아침이다.

 

핸드폰 전파도 못 미치는 곳이라 오지에 온 듯한 느낌이 강하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아니 온 듯 자리를 말끔히 정리한 후 문명의 세계로 향해 다시 아슬아슬한 계곡길로 발을 내딛는다.

 

 

 

 

 

 

 

 

 

 

 

 

 

 

 

 

 

 

 

 

 

 

 

 

 

 

 

 

 

 

 

 

 

 

 

 

 

 

 

 

 

 

 

 

 

 

 

 

 

 

 

시원한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무사히 이 계곡을 빠져나왔다. 계곡 트래킹의 묘미와 잣나무 숲의 안락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었던 백패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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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딸과 백패킹을 떠나기로 했다. 기억에 남을 아빠와의 추억을 딸에게 만들어 주기 위해, 집에만 있기에 너무 아까운 모처럼 생긴 아빠의 3일 휴일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다. 

 

딸과 백패킹을 나설 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장소 선정, 음식 정하기 등 준비 사항을 딸 기준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아빠 마음 같아선 스트레스를 날린 멋진 전망과 아름다운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산 정상으로 가고 싶지만 그랬다간 다신 아빠와 같이 가지 않겠다고 할 게 뻔하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멀지 않으면서 접근이 용이한 곳을 찾아야 했고, 선택할 곳이 많지 않았다. 맨 처음 백패킹을 했던 강천섬을 갈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어 찾다 찾다 결정한 곳이 용인 임도길이다.

 

 

 

 

 

 

 

딸이 짊어 멜 배낭은 속이 꽉 차 보이지만 침낭 하나가 전부다. 나머지 짐은 온전히 아빠 몫이다. 새로 사들인 백패킹 배낭에 나머지 짐을 채우다 보니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82리터 용량을 초과하게 되고, 무게도 무려 23 kg에 육박한다. 뭐 괜찮다. 된비알을 오르지도 않을 것이고 한 시간 이상 걸을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하룻밤 묵을 살림살이를 챙겨야 하는 백패킹 특성상 출발 전까지 정신이 없다. 혹시 빼먹은 준비물은 없는지 다시 들여다 보기도 하지만, 백패킹 장소에 도착해서 배낭을 풀어보면 챙기지 못한 건 늘 생긴다. 그것이 김치일 때도 있었고, 쌈장을 안 챙긴 적도 있었지만, 하루 없다고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아쉬움이 긴 여운을 남기기는 하지만. 

 

 

 

이번에도 뭐 빠진 건 없겠지 약간의 불안감을 갖고 출발을 한다. 1시간 정도 운전을 하고 철쭉이 여기저기 피어 있는 조그만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5월 중순 주말 날씨치곤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고 있었고, 주차장 건너편 소나무 숲에는 이 맘 때쯤 한창인 송화가루가 여행을 떠나려는 듯 살랑이는 바람에 몸을 싣고 공중부양을 하고 있었다. 

 

 

 

 

 

 

 

 

 

 

 

올해 1학기 반장을 맡고 있는 둘째는 백패킹을 떠나기 전 오전에 학교에서 하는 리더십 캠프를 다녀왔다. 거기서 무슨 수업을 들었는지 오늘따라 유난히 딸은 걷고자 하는 의욕이 대단했다. 산 꼭대기에 올라가도 좋을 것 같다고도 했고, 처음 계획했던 거리보다 더 걸을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다. 

 

애초 계획은 1시간 이내로 걷는 것이었는데, 더 걷자는 딸의 제안에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 기존 목적지를 지름길로 빨리 가기로 하고, 임도 중간에 있는 데크를 목적지로 바꿨다. 

 

 

 

 

 

 

 

 

 

 

 

 

 

 

 

 

 

지름길인 만큼 산길처럼 오르막 경사가 장난이 아니었다.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오르막길이었지만 20킬로가 넘는 박배낭을 메고 오르는 동안 땀구멍이 활짝 열린 듯 땀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몸이 적응하기도 전에 만난 오르막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조금씩 꾸역꾸역 올라갔다. 

 

 

 

 

 

 

 

 

 

 

 

 

 

 

 

 

 

 

 

그렇게 올라간 오르막 끝은 공원처럼 잘 꾸며져 있었고, 그 공원은 임도와 연결되어 있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시야가 확 트이고 조그만 동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박지로도 손색이 없었다. 그렇지만 변경된 계획대로 이 곳에서 잠시 땀만 식히고 난 후 본격적으로 임도길을 걷기 시작했다.

 

 

 

 

 

 

 

 

 

 

 

 

 

 

5월 초만 해도 연둣빛 조그만 잎들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느낌이더니 그 연둣빛은 금세 녹색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잎 크기도 벌써 다 자란 듯했다. 덕분에 숲 사이 뚫린 임도길에는 제법 그늘이 드리우고 있었다. 

 

사방이 온통 녹색 투성인 그 임도길이 맘에 들었다. 초입에 들리던 차 소리도 숲 속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멀어지고, 대신 새소리, 벌레소리가 또렷이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 구경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토요일 늦은 오후 임도길을 걷는 동안 초반에 중년 부부를 만난 후 보이지 않았다. 이 시간만큼은 산등성이 위 임도는 우리 부녀를 위해 펼쳐진 길임이 틀림없었다.  

 

딸과도 주로 자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임도 초반엔 잣나무가 자주 보여 상록수가 무슨 뜻이고 어떤 종류의 나무가 있는지 설명을 해 주었고, 떡갈나무가 왜 그런 이름이 생겼는지를 배운 딸이 이번엔 나에게 설명해 주기도 했다. 또 애기똥풀을 꺾으면 나오는 노란색 물이 매니큐어처럼 바를 수 있다고 말하면서 같이 찾아보자고 했지만 5월 초중순 산속엔 노란색 꽃은 민들레 빼고는 찾기 쉽지 않았다.

 

민들레 꽃이 지고 난 후 그 자리에 생긴 둥근 흩씨가 길가엔 흔하게 보였다. 그걸 볼 때마다 딸은 스틱으로 치면서 그 흩씨를 흩뜨려 놓았다. 멀리멀리 날아가 더 많은 민들레가 피었으면 좋겠다면서. 걷다가 심심해지면 하늘을 쳐다보며 구름이 어떤 모양인지 상상을 하기도 했다. 미세먼지가 조금 있는 날이었지만 숲 위로 보이는 하늘은 마냥 푸르기만 했다.

 

 

 

 

 

 

 

 

 

 

 

 

 

 

 

 

 

 

서두를 필요 없이 임도 여기저기 구경을 하며 천천히 걷다 보니 우리가 머물고자 했던 데크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데크에는 남자 두 명이 벌써 텐트를 치고 자리 잡고 있었다. 멀리서 볼 땐 분명히 비어있던 데크였는데 우리가 여유롭게 걷는 동안 그 데크를 차지했다 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나는 딸을 바라보면서 또 다른 데크가 있긴 한데 지금까지 걸어온 것보다 더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괜찮아, 아빠, 더 걸어갈 수 있어"  여전히 자신감 충만한 말투로 딸이 말했다.

 

 

잠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길은 곡선을 그리며 숲 속 저편으로 사라지는 듯 보였지만 코너를 돌면 이전과 비슷한 구부러진 길이 다시 나타났고 끝이 없는 듯 이어졌다. 길 옆으로는 낙엽송이 큰 키를 자랑하듯 쭉쭉 뻗어있었고 코너를 돌 때마다 쉽게 눈에 띄었다.

 

 

 

 

 

 

 

 

 

 

 

 

 

 

 

 

 

 

 

 

 

 

 

 

해는 산등성이를 넘어가 조금씩 그 빛을 잃어가는데 구부러지는 길과 낙엽송은 끝없이 나타났고, 딸과 끝말잇기를 하면서 그 지루한 풍경을 지나쳤다. 한 번 말했던 단어가 다시 나오고 어떤 단어는 이전에 언급이 되었는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끝말잇기는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서쪽 하늘에 낙조마저 사라지려고 할 즈음 또 다른 데크에 결국 도착했다. 

 

 

 

 

 

 

 

 

 

 

 

 

 

 

 

 

 

 

 

 

 

 

 

 

 

 

텐트를 치고 짐을 정리하니 사방이 어두워졌다. 근처 마을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없었다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제법 무서울 뻔했다. 이제 저녁을 먹을 시간. 배낭에서 음식을 꺼내다 이번 백패킹에서 빼먹은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오늘 저녁 주 메뉴인 라면을 놓고 온 것이다. 앗차-차!

 

 

 

 

 

 

 

 

 

 

 

 

 

 

아빠는 20 kg가 넘는 배낭을 메고, 딸은 작은 체구와 짧은 다리로 6 km 거리를 두 시간 넘게 걸어 체력이 방전이 된 상태에서 라면이 없다는 사실은 그나마 도착했다는 안도감으로 가득 차 있던 우리를 멘붕 상태로 만들었다. 한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여러 가지 대안이 머릿속을 들락날락한 끝에 나는 랜턴을 집어 들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가 머물 데크는 등산로와 인접해 있었고, 마을과의 거리가 멀지 않은 편이었다. 한 손은 랜턴을 들고 다른 한 손은 딸의 손을 꼭 잡고 깜깜한 어둠을 뚫고 경사가 가파른 등산로를 내려갔다. 동네 마트에서 라면을 사고 다시 가파른 등산로를 오르니 식었던 등에서는 다시 땀이 솟구쳤고, 데크에 도착해서도 한 동안 거친 숨을 내뱉어야 했다. 

 

예상보다 먼 거리를 걸어왔고, 의도치 않은 야등까지 하느라 저녁을 먹고 나니 시간이 벌써 10시를 훌쩍 넘어가 있었다. 대충 정리를 마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여유도 없이 우리 부녀는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등산로와 인접한 데크에서 잠을 자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온 것인지 낯선 곳이라 그런 것이지 밤새 여러 번 잠에서 깼다. 그때마다 부엉이, 비둘기, 여러 새소리가 적막한 산속에 울려 퍼졌다. 아침이 되어서도 일찍부터 올라오는 등산객들은 없었고, 산속 임도는 새소리를 제외하곤 고요하기만 했다. 

 

자고 있는 딸을 깨운 후 귀가 준비를 마치고 어제 걸어왔던 임도를 다시 걸었다. 구부러진 길 옆으로 낙엽송이 다시 나타났다. 어제와 같은 구도였지만, 아침 햇살을 받아 따스함이 느껴지는 임도 풍경에 기분이 좋아졌다. 햇빛에 반짝이는 푸른 잎사귀들, 새들의 합창 공연, 구부러진 임도 가장자리에 설치된 빈 벤치마저 정겹게 다가왔다. 하지만 다시 그 긴 거리를 걸어 되돌아가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지도에서 본 중간 탈출로를 어렵게 찾아 단숨에 마을로 내려왔다. 

 

 

 

 

 

 

 

 

 

 

 

 

 

 

 

 

 

 

 

 

 

 

8킬로가 넘는 긴 거리를 아무런 불평 없이 걸었고, 아빠가 뭘 안 챙겨 와도 화를 내지 않았던 딸이 무척 고마웠다. 평소 같았으면 힘들어하고 짜증을 냈을 터인데, 리더십 캠프에서 뭘 배웠는지 궁금했다. 딸은 거기에서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에 대해 배웠단다. 통솔력, 정직, 인내심, 공감능력, 등등. 아빠와 백패킹을 하는 동안 캠프에서 배운 인내심을 시험해 보고 싶었고 그 때문에 불평 없이 잘 걸을 수 있었다고. 교육의 힘이 대단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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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돌아가는 주중 회사생활.

하품이 나오고 눈이 감겨 오지만 커피로 그 피곤함을 누르고 업무에서 오는 긴장감 속에 하루를 보내고 나면 퇴근 시간부터 그동안 숨어있던 피곤이 내 몸속에 확 퍼지면서 녹초가 되곤 한다.

 

그 피로를 풀기 위해 주말에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푹 쉬어보기도 하지만, 몸은 좀 편해졌는지 모르겠지만 가슴 한 구석엔 답답하고 허전한 마음이 자리 잡고 있더라.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득히 먼 옛날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유전자는 이런 삶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빠르게 움직이는 일상.

어디선가 쏟아져 나온 차들로 도로가 막혀 언제 뚫릴지 모른 채 차는 스멀스멀 기어가고,

지하철에서는 한꺼번에 몰린 사람들 틈 속에 겨우 두 발 세울 자리를 만들어 한 숨 돌리나 했더니 갑작스러운 지하철 흔들림에 어쩔 줄 모르고,

나무 숲보다 아파트 숲, 빌딩 숲을 더 자주 볼 수밖에 없는 일상에 내 몸속 유전자는 불만이 상당할 듯하다.

 

쳇바퀴 속으로 들어가 빨리 돌리고 돌리고, 잠시 주말에 휴식을 취했다가 다시 급히 돌려야 하는 피곤하고 매력 없는 생활. 그런 생활을 벗어날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 무언가는 낚싯대가 될 수도 있겠고, 골프채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큰 배낭을 우선 사들였다.

 

 


 

 

대형 백팩을 구매하고 집에서 받아본 그 날이 잊히지 않는다.

왜 이렇게 크게 느껴지던지. 과연 내가 이걸 메고 산을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혼란스러웠던 그 시절이 지나고 이제 그 큰 배낭이 내 등에 밀착되어 내 몸의 일부인 양 친숙함이 느껴진다.

그 친숙한 배낭을 메고 2019년 첫 백패킹을 나선다.

 

올해 첫 출정이지만 금요일 야등으로도 만족한다.

짐을 챙기고 배낭에 그 짐을 차곡차곡 눌러 채우는 일은 절대로 수고스럽지 않다.

이 배낭을 짊어지고 떠날 생각에 어릴 적 소풍 전 날처럼 설렌다.

하지만 이런 설레는 기분은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처참히 무너진다.

 

오르막길을 한 발 앞으로 내딛을 때마다 후회의 물결이 한없이 밀려온다. 집에서는 만만했던 배낭의 무게가 천근만근으로 느껴지고, 이것 저것 바리바리 챙겨 온 내 자신이 그렇게 미울 수 없다.

주변 400 ~ 500 미터 급 산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 야밤에 개고생을 하면서 '여기서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라는 4차원적 생각이 들 때면 이 정도 높이면 목적지가 그리 멀지 않더라.

1000 미터 급 산이었더면 그런 4차원적 생각을 수없이 하면서 잘하지도 못하는 욕을 내뱉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개고생을 하고 박지에 도착하면 내 기분은 다시 반전한다.

 

 

때마침 동그라미 가득 채워 휘영청 밝은 달.

높은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낮은 땅 사람들이 만든 불빛.

별 것 아니지만 유난히 예뻐 보이는 텐풍.

 

 

 

 

 

 

 

 

 

 

 

 

 

 

 

 

 

 

 

 

 

 

 

 

 

 

 

 

아직은 쌀쌀한 산속 밤기운에 아늑함과 훈훈함으로 가득 찬 쉘터 안에서 급할 것도 없고 눈치 볼 것 없이 먹는 음식 맛은 기가 막힌다. 누군가 내 혀에 마법을 부렸는지 이곳에선 인스턴트 음식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늦은 밤, 배부르게 야식을 먹고 오래간만에 남자들끼리 수다를 떨다 보니 산속 시계는 무척이나 빠르게 돌아간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지만 별다른 불만이 없다.

산 위에서 맞이하는 아침에도 무언가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다.

 

 

 

 

 

 

 

 

 

 

 

 

 

 

 

 

 

매일 뜨는 해이건만 이곳에선 유난히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새벽 산 속 고요한 어둠 속에서 한 덩이 빛을 내뿜으며 올라오는 장엄한 광경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침 햇살이 마을 곳곳에 비치기 시작하면 주변 풍경도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다.

운무가 낀다면 더 환상적이겠지만, 옅은 안개 사이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도 솔솔 하다.

 

 

 

 

 

 

 

 

 

 

 

 

 

 

 

 

 

 

 

 

 

 

 

 

 

 

 

 

 

 

 

 

 

 

 

 

 

 

 

 

 

 

 

산속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동안 일상생활과는 다른 신선하고 특별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 느낌이 참 좋다.

 

그 기운을 듬뿍 받고 내려가는 길에는 여기저기 진달래 무리가 분홍 빛 치장을 하고 우리의 하산을 배웅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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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떠나는 섬 백패킹

 

다리를 건너는 섬 백패킹은 몇 번 해지만,

 

배를 타고 가보는 건 처음이다.

 

 

 

굴업도를 갈까 했는데

 

이틀을 온전히 보내야 하는 배편 스케줄 때문에 가까운 장봉도를 선택했다.

 

 

 

 

 

 

 

 

 

 

 

 

 

 

 

 

 

 

 

 

 

 

 

 

배를 타고 가는 여행은 확실히 여행의 설렘이 더 크게 느껴진다.

 

일상을 살고 있는 육지를 떠나 배를 타고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는 그 느낌 말이다.

 

여객선이  떠나기 전부터 갈매기들이 몰려든다.

 

 

 

 

 

 

 

 

 

 

 

 

 

 

 

 

 

 

 

 

 

 

 

 

 

 

 

 

 

갈매기 새우깡 잡아채는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

 

어느덧 40분의 짧은 항해는 끝나고

 

여객선은 두 번째 섬 장봉도에 닻을 내리고

 

우리는 배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압박에 서둘러 배에서 내렸다. 

 

 

 

 

 

 

건어장 해변 근처에서 찍은 장봉도 지도

 

 

 

 

배에서 내린 곳은 오른쪽 끝 장봉 성착장이고

 

우리가 갈 곳은 맨 왼쪽 끝이다.

 

 

 

건어장 해변까지 가는 버스가 있음에도

 

우리는 호기롭게 걸어가기로 한다.

 

 

 

 

 

 

 

 

 

 

 

 

가는 길에 겁없는 뱀도 보고

 

 

 

 

 

 

5월 말로 향하는 계절의 땡볕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무거운 박배낭을 맨 등짝에서부터 땀이 줄기차게 나기 시작했다.

 

 

 

 

 

 

 

 

 

 

 

 

응암해변을 지나 긴 오르막길을 올라

 

장봉리 면소재지까지 1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식객이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쉬어가기로 한다.

 

맛난 소라비빔밥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다시 길을 떠난다.

 

 

 

 

 

 

 

 

 

 

 

 

 

 

 

 

건어장 해변을 지나 

 

전망대가 있는 해변길로 접어들었다. 

 

 

 

 

 

 

 

 

 

 

 

 

 

 

 

 

 

 

 

 

 

 

 

 

 

 

 

바닷물이 들어찬 인적이 드문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기분이 무척이나 상쾌했다.

 

전망대까지 갈 때만 해도 그랬다.

 

 

 

 

 

 

 

 

 

 

전망대까지 가는 해변길은

 

평지를 걸을 때보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힘이 조금 부치긴 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진 무난했다. 

 

 

 

전망대를 지나

 

지도에 나와있는 능선 쪽으로 올라가는 길을 택했는데

 

제기랄! 제대로 된 등산로가 없다. 


그냥 해변등로로 계속 갈 걸 하고 후회를 여러 번 했다. 

 

 

 

 

 

 

 

 

 

 

허약한 체력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고,

 

나무숲을 헤치며 겨우 능선으로 올라왔다.

 

초행길엔 예상치 못했던 복병을 마주치기 마련이다.

 

 

 

 

 

고생길이지만 서해 바다는 푸르기만 하다

 

 

 

 

 

고생 끝에 도착한 가막머리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해바다는 고요했다.

 

비행기가 지나가며 나는 소음이 가끔 고요를 깨긴 했지만.

 

 

 

 

 

 

 

 

 

 

 

 

 

 

 

전망대에서 해넘이를 구경하며

 

힘들었던 오늘 여정을 떠올리며 웃기도 하고

 

멍을 때리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며 서해 낙조를 즐겼다.

 

 

 

 

 

 

 

 

 

 

 

 

 

 

 

 

 

 

 

 


 

 

 

 

근처에서 1박을 하고, 

 

다음 날

 

하산길은 산능선을 타고 되돌아가기로 한다.

 

좌우로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기분이 독특하고 가슴이 시원해졌다.

 

 

 

 

 

 

 

 

 

 

 

 

 

 

 

 

 

버스를 타고

 

바로 선착장으로 가기 아쉬워

 

중간에 해식 동굴도 구경을 하기로 한다.

 

설정샷을 찍는 재미도 솔솔 했다. 

 

 

 

 

 

 

 

 

 

 

 

 

 

 

 

 

 

 

 

 

 

 

 

 

배를 타고 가는 섬백패킹!

 

산행을 하며 정상에서 즐기는 백패킹과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섬 백패킹.

 

다른 섬을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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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떠나는 백패킹

 

작년 4월 이후 못 가본 백패킹이라 어렵지 않은 코스에

 

겨울의 끝을 느낄 수 있을 곳을 찾다 결정한 곳이 태기산이다.

 

 

 

2월 날씨치곤 꽤나 포근해서

 

며칠 전 눈이 왔음에도 강원도에 들어서서도 눈이 보이지 않는다.

 

원주에 다가가니 멀리 치악산, 백운산 봉우리에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간만에 뭉친 친구와 둔내에서 만나

 

태기산 해발 1000미터까지 차를 타고 올라간다.

 

그러고 보니 이 친구와 2019년 11월에 배낭을 메고 왔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도 눈을 기대하고 왔었는데, 눈은 구경도 못했었다. 

 

 

 

https://brunch.co.kr/@kony357/8

 

겨울이 오기 직전, 태기산 백패킹

겨울이 오기 전 멀리 강원도로 백패킹을 떠났다. 그동안 집에서 가까운 경기도에 있는 산으로 주로 백패킹을 다녔었다. 오늘 처음으로 강원도로 백패킹을 가게 되어 나름 의미 있는 날이다. 한

brunch.co.kr

 

 

 

 

 

 

 

 

 

 

 

눈이 길 옆으로 수북이 쌓여 있고 

 

따스한 날씨에 눈이 녹아 길이 제법 질척댄다. 

 

편안한 임도길이건만,

 

간만에 걸친 무거운 박배낭에 무난한 오르막길도 수고스러움으로 다가온다.

 

 

 

 

 

 

 

 

 

 

 

 

 

 

 

 

6번 풍력발전기 앞에서 발을 잠시 멈춘다. 

 

시원한 전망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해가 서쪽 땅으로 서서히 머리를 떨구고 있는 늦은 오후,

 

줄지어 있는 풍력발전기를 따라 천천히 걸어간다.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길이라

 

임도길이지만 박배낭을 메고 걸으니 제법 운동이 되는 느낌이다.

 

 

 

한 시간 넘게 걸은 것 같다.

 

잣나무 숲 너머로 오늘의 박지, 태기산 분교터가 보이기 시작한다.

 

 

 

 

 

 

 

 

 

 

 

 

 

 

 

 

 

 

 

 

겨울 산박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여기도 자리가 제법 있었는데 

 

무슨 객기가 들었는지 더 한적한 곳으로 찾아 나선다.

 

 

 

 

 

 

 

 

 

 

 

 

 

 

 

사람이 다녔던 흔적이 없는 등산로는 겨울 내내 쌓인 눈으로 덮여 무릎까지 푹푹 빠진다.

 

양말에도 눈이 들어가서 발이 무지 습하다.

 

엄한 객기에 몸만 고생이다.

 

 

 

 

 

 

 

 

 

 

 

 

 

 

해가 떨어지기 직전에 

 

텐트 두 동 정도 칠 수 있는 공간을 겨우 발견했다.

 

추운 날씨엔 서둘러 집부터 짓는 일이 최우선이다. 

 

 

 

 

 

 

 

 

 

 

 

 

 

 

그 후, 배낭 속에서 어깨를 짓눌렀던 음식들을 꺼내어

 

먹고 마시면서 중년 두 명의 수다는 끊이지 않는다.

 

 

 

 


 

 

 

해발 1,200미터 겨울 날씨치곤 포근한 밤이었다.

 

몇 도까지 떨어졌는지 모르겠지만, 

 

텐트 안에 두었던 물이 얼지 않았다.

 

 

 

 

 

 

 

 

전봇대를 따라 어제 걸었던 길을 되돌아간다.  

 

 

 

 

 

 

 

 

 

 

 

 

 

역시나 오르막길엔

 

경차 같은 내 몸뚱이는 버겁기만 하다. 

 

 

 

 

풍력발전기가 보이는 이국적인 모습과

 

강원도 산들이 만들어내는 산그리메.

 

힘든 와중에도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자주 들어온다.

 

 

 

 

 

 

 

 

 

 

 

 

 

 

 

 

 

 

 

 

 

 

 

 

오르막길이 끝나고 

 

6번 풍력발전기에서 숨을 잠시 돌린다. 

 

오늘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멋진 전망이다.

 

 

 

 

 

 

 

 

 

 

 

 

 

 

 

 

 

 

 

 

 

 

산을 내려와 

 

4년 전과 동일한 식당에서 황태 해장국을 먹으며 

 

백패킹을 마무리했다.

 

 

 

그리 힘들이지 않고

 

산속 백패킹을 즐길 수 있는 태기산.

 

겨울이 가기 전에 찾아가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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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떠나는 백패킹!

 

작년 6월에 마지막으로 백패킹을 갔으니 거의 10개월 만에 떠나는 백패킹이다.

 

이번에도 절친들과 함께 가기로 한다.

 

 

 

 

 

 

 

 

오늘 코스는 영원사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아니라 

 

장동리에서 출발하는 코스다.

 

초행길이지만, 

 

지도상으로는 영원사보다는 쉬운 코스로 보여서 모험해 보기로 한다.

 

 

 

 

 

 

 

 

 

초반 임도길이 지나고

 

본격적인 산길을 접어드는데

 

초입부터 계속 오르막이다. 

 

 

 

 

 

 

 

 

 

 

 

 

 

간만의 백패킹이라

 

계속된 오르막에 몸은 힘들기만 하다. 

 

 

 

 

 

 

 

 

 

전망이 좋은 바위에서 막걸리 한 잔 하면서 잠시 쉬기도 하고,

 

고생해서 능선까지 올라왔는데,

 

목적지까지 봉우리가 여러 개 있어 오르락 내리락이 상당히 심한 편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2시간 반 정도 걸어가니 이제서야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도 넘어야할 오르막이 더 남았다 ㅠ

 

 

 

 

 

 

 

 

 

 

 

 

 

 

 

 

 

 

 

 

원래 천덕봉 밑 헬기장을 목적지로 잡았었는데,

 

도착해 보니 예전처럼 포근한 느낌이 나지 않아서 정상까지 가기로 한다. 

 

그렇게 도착한 정상. 

 

3시간 15분 정도 걸렸다 ㅠ

 

 

 

고생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듯,

 

역시나 조망이 일품이다.  

 

 

 

 

 

 

 

 

우리가 걸어온 길

 

 

 

 

 

 

 

웬일인지 토요일인데 천덕봉 정상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상하다 했는데 느즈막이 백패커들이 올라온다. 

 

 

 

 

멋진 해넘이를 감상하고 

 

적당한 알콜과 맛있는 음식으로 저녁 시간을 채운다. 

 

 

 

 

 

 

 

 

 

 

 

 

 

 

 

 

 

 

 

 

 

 

 

 

어느덧 어둠이 짙어지고,

 

생각보다 바람이 덜 불긴 하지만

 

쌀쌀해진 밤 기온에 다들 텐트로 몸을 피신한다. 

 

 

 

 

 

 

 

 

 

 

 

 

다음 날 아침은 구름과 미세먼지로 멋진 일출은 없다.

 

서둘로 짐을 정리하고 아니 온 듯 박지를 비우고,

 

어제 고생해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간다. 

 

 

 

 

 

 

 

 

 

 

 

 

이천 원적산.

 

박배낭을 메고 오고엔 좀 힘들긴 해도

 

조망이 탁 트인 능선과 멋진 경치가 매력적인 곳이다.

 

근처 이 만한 곳이 흔치 않아서 가끔 찾아오게 된다.

 

 

 

이번에 새로온 코스로 도전을 해봤는데,

 

결론은 영원사 코스보다 더 힘든 코스다.

 

다른 코스를 더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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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제법 더워져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이번 백패킹에는 산 정상이 아니라 잣나무 숲으로 가기로 한다. 

 

비예보가 있어 혹시나 비를 맞으면 산행하기에도 임도길로 걷는 잣숲이 좋을 거란 판단도 한 몫했다.  

 

 

 

 

 

 

 

하늘이 잔뜩 흐려 비가 금방이라도 내릴 것 같더니

 

들머리 사찰에 차를 주차하고 발걸음을 떼자 마자 햇빛이 비치기 시작한다. 

 

 

 

후덥지근한 초여름의 오후.

 

임도길이지만 오르막길이라 땀을 한 바가지 뽑아낸다. 

 

 

 

 

고개를 넘자마자 잣나무숲이 우린 반긴다.

 

거기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잠시 보였던 잣나무숲은 더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낙엽송 (일본잎갈나무) 군락이 숲의 주종을 이룬다.

 

 

 

 

 

 

 

파릇파릇 6월의 짙푸른 숲이 참 싱그럽다. 

 

가을에 오면 노랗게 물든 낙엽송이 아주 멋질 듯하다. 

 

 

 

 

 

 

 

한 참을 임도를 따라 걸어가니 다시 잣나무숲이 나타난다.

 

박지에 거의 다 왔다는 걸 뜻한다. 

 

 

 

 

 

 

 

조그만 등산로를 따라 오르막을 제법 올라간 후 드디어 박지에 도착했다. 

 

다행히 박지엔 우리 팀 외엔 아무도 없다. 

 

 

 

 

 

 

 

 

잎 5개 잣솔잎으로 깔린 푸근한 바닥과 잣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안락한 느낌이 드는 잣숲.

 

피톤치드 향이 느껴지는 숲의 상쾌한 공기도 마음껏 들이켠다. 

 

 

 

 

 

 

 

 

잣숲에서 빠질 수 없는 잣막걸리.

 

백패킹에서 더 꿀맛인 막걸리 한 잔을 걸치고 

 

쭉쭉 뻗은 잣나무 숲을 돌아보니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좋다.

 

 

 

 

 


 

 

 

 

 

 

 

결코 가볍지 않았던 음주와 즐거운 수다로 밤은 그렇게 지나가고, 

 

텐트 지퍼를 내리고 잣나무 숲을 바라보며 상쾌한 아침을 시작한다.

 

 

 

 

 

 

아니 온 듯 박지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어제 왔던 길로 다시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다.

 

 

 

 

 

 

 

 

 

 

 

잣숲을 박지로 삼아 이곳으로 왔지만,

 

낙엽송 무리가 만들어 내는 숲의 모습이 참 좋은 곳이다. 

 

 

 

 

 

 

 

 

 

임도길이 좀 지루하긴 했지만,

 

비예보가 있음에도 비가 내리지 않아 다행스러웠던 이번 백패킹.

 

날씨가 더 더워질 게 뻔해서 다음엔 계곡 쪽으로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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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조카와 일-월로 다녀온 원적산 백패킹.

 

원적산에서 하는 3번째 백패킹이지만,

 

언제 가도 만족스러운 원적산.

 

수원 근교에서 이만큼 백패킹하기 좋은 산도 드물다.

 

 

 

 

 

 

 

백패킹의 시작은 늘 그렇듯 영원사.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더 한적한 분위기의 영원사. 

 

산허리가 포근하게 절을 감싸고,

 

가람배치를 해치지 않으면서 딱 필요한 건물만 있는 절.

 

내가 딱 좋아하는 절이다.

 

 

 

 

 

 

 

 

영원사를 떠나자마자 만나는 오르막길.

 

몸이 아직 적응 안 된 탓에 초반부터 무척 힘들기만 하다.

 

능선을 만나고부터 이제 좀 산 탈만하다.

 

 

 

 

 

 

 

 

 

 

 

 

 

오르막을 서너 번 오르락내리락거리고 나서 

 

가파른 계단길을 힘겹게 올라서면 만나는 사방이 시원한 원적봉.

 

 

 

 

 

 

 

 

이제부터 천덕봉으로 향하는 멋진 능선을 탈 차례다.

 

예전엔 길이 파이고 험해서 힘들었는데, 

 

이젠 계단이 잘 설치되어 있다. 

 

 

 

 

 

 

 

 

 

 

 

 

 

 

 

주말 저녁이면 빈자리가 없는 곳이지만,

 

일요일이라 이 큰 산에 텐트 한 동만 덩그러니 설치되어 있다.

 

그 텐트를 지나고 

 

천덕봉은 바람이 너무 많이 불 거 같아

 

천덕봉 바로 아래 너른 자리에 둥지를 틀기로 한다. 

 

 

 

 

 

 

언제봐도 좋은 정개산 쪽 능선

 

 

 

 

짐을 내려놓고 처음 와본 조카를 위해 

 

천덕봉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을 다녀와서 텐트를 설치하니 

 

벌써 해가 넘어가려 한다. 

 

 

 

 

 

 

 

 

 

 

등산객 1팀이 지나가고 나선 

 

무척이나 조용한 원적산의 밤.

 

허기를 채우고 술잔을 비우면서 그렇게 밤은 흘러간다. 

 

 

 

 

 


 

 

 

 

 

 

 

5월의 해는 너무 일찍 뜬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느끼는 습한 기운.

 

텐트 위로 이슬이 왕창 내려앉았고,

 

눈앞에는 운무가 천천히 너울거린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구름이 만들어 내는 장관에 빠져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하산 준비를 마치고 출발할 때 즈음

 

사방은 온통 구름으로 덮여 조망을 막아버렸다.

 

 

 

 

 

 

 

 

내려올 땐 정말 순식간이다.

 

하지만 내리막길에선 방심은 금물이다. 

 

영원사 산신각 모습이 보일 때 즈음 긴장감을 내려놓는다. 

 

 

 

 

 

 

 

박배낭 메고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조금은 힘든 코스지만,

 

언제 가더라도 만족감을 주는 그런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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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날씨치곤 매우 포근했던 토요일 오후에

 

친구들과 가까운 산으로 떠났던 백패킹. 

 

 

 

 

 

 

 

 

 

400미터 조금 넘는 높지 않은 산인데, 

 

조용한 동네를 지나자마자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재택 근무에 운동량이 적고 간만에 하는 산행이라

 

초입부터 시작되는 오르막길에 정신이 없다.

 

 

 

 

 

 

 

 

 

 

중간 고개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경사가 더 급해진 오르막길을 다시 오른다. 

 

 

 

 

 

 

 

 

 

 

 

등로 상태가 좋지 않다.

 

산객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이라,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고, 길도 엉망이다. 

 

이런 곳에는 데크 계단이 필요한데, 용인시에서 언제 해줄지... 

 

 

 

애들 배낭은 어느덧 아빠들의 어깨에 메어져 있고,

 

중간에 여러 번 쉬어가면서 겨우 올라갔다.

 

해발 800미터 정도의 높이였으면 저질 체력에 중간에 퍼졌을 듯.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정상.

 

사방이 확 트인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망이 꽤나 좋은 편이다. 

 

 

 

 

 

 

 

 

 

 

 

 

 

늦게 출발한 탓에,

 

텐트 설영을 마치자 서쪽으로 해넘이가 시작된다. 

 

 

 

 

 

 

 

 

 

 

 

 

 

 

 

 

 

 

 

 

 

 

 

 

 

 

 

 

 

고요한 산 정상에서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마시는 막걸리는 꿀같이 달고,

 

같이 나누는 수다는 끊이질 않고 이어진다. 

 

 

 

같이 오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막상 백패킹으로 산에 오기면 하면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기분이 들어 좋다. 

 

 

 

 

 

 

 

 

 

 

 

그렇고 무난히 밤은 지나고,

 

텐트에서 나와 맞이하는 주변 풍경이 평온하다.

 

 

 

특별한 건 없지만,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용한 아침 풍경은 충분히 매력이 넘친다. 

 

밤사이 미세먼지가 사라져 정말 깨끗한 아침 풍경이다.

 

 

 

 

 

 

 

 

 

 

 

 

 

 

 

 

 

 

 

 

 

서서히 짐을 정리하고, 

 

다시 급경사 내리막길에 접어든다.

 

 

 

 

 

 

 

 

 

 

 

길이 잘 정비되지 않은 탓에 애들이 내려가기가 만만치 않아 

 

금방 내려갈 것 같은 내리막길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다시 들머리로 무사히 돌아왔다. 

 

4월 초순 날씨치곤 상당히 포근해서 좋았던 백패킹.

 

친구들과 시간이 맞는 대로 자주 가기로 했는데, 잘 실행이 될지 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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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첫 백패킹이다.

 

4개월 만에 나가는 백패킹이라 그런지

 

겨울 장비로 꽉 찬 배낭처럼 내 마음도 설렘으로 부푼다.

 

 

 

오랜만의 출정이라

 

괜히 무리할 필요는 없지 싶어 

 

사촌 동생과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출발!

 

 

 

용인 시내를 지나고

 

꼬불꼬불 시골길을 달려 

 

그리 낯설지 않은 절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3년 전 야등 백패킹을 왔던 곳이다. 

 

 

 

https://blog.daum.net/kony357/100

 

광주 태화산 야등 & 백패킹 (2018년 11월 2일 ~ 3일)

현재 가지고 있는 장비로는 영하의 날씨에 백패킹을 하다간 턱 돌아갈 것 같아 더 추워지기 전에 백패킹 메이트인 사촌들과 금욜 저녁 출발해서 후다닥 다녀온 백패킹. 이번 산행지는 근교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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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에 소나무숲. 솔숲을 가로지르는 데크로드가 그 사이 새로 생겼다

 

얼어붙은 계곡

 

겨울산의 모습은 단조롭고 황량하기만 하다

 

 

 

 

어제부터 날씨가 좀 누그러졌는데도

 

며칠 전 내린 눈은 녹을 기미는 보이질 않고,

 

산속 조그만 계곡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 

 

 

 

겨울 산행은 늘 조심스럽다. 

 

날씨가 변덕스럽게 바뀌기도 하고,

 

등로가 미끄러운 경우도 있다.

 

 

만약을 위해 아이젠을 챙겼는데

 

다행히도 올라가는 길에는 아이젠이 필요가 없었다. 

 

 

 

 

 

 

 

 

 

 

그리 오래 걸지지 않아 나타난 갈림길.

 

3년 전엔 태화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택했는데

 

이번엔 병풍바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잠시 후 나타난 계단길.

 

그리고 계단길, 또 계단길!

 

갈수록 경사가 더 급해진다. 

 

 

 

 

 

 

 

 

 

 

 

 

계단을 타고 병풍바위에 올라서니 조망이 시원스레 트인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고생한 허벅지 근육을 달래고

 

땀으로 흥건한 등을 식힌다.

 

 

 

 

그렇게 많이 힘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만만히 볼 수 없는 산길을 

 

한 시간 조금 넘게 걸어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저 멀리 원적산이 우뚝 솟아 있다.

 

 

 

원적산

 

 

서쪽 조망은 좋지 않다

 

 

 

 

동남쪽으로 뻥 뚫려있는 데크 조망이 일품이다.

 

아쉽게도 서쪽 방향으로는 조망이 좋지 못해 

 

해넘이 구경은 어려울 듯싶다.

 

 

 

 

 

 

 

 

 

 

 

 

 

 

 

 

 

 

겨울 날씨치곤 바람도 불지 않고 상당히 포근한 편이다.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다.

 

발가락 시릴 정도로 춥지만

 

쉘터 안에서 또 하나의 추억이 만들어진다.

 

 

 

 


 

 

 

 

 

 

 

 

 

 

멋진 일출을 기대했지만

 

흐린 날씨에 이번엔 허탕이다.

 

 

아쉬움을 삼키며

 

눈 덮인 산들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추운 겨울에는 활동량이 줄어들기 십상이다. 

 

추위에 몸도 마음도 움추려 들지만,

 

매일 생활하는 곳을 잠시 떠나

 

땀을 흘리며 산행을 하니

 

확실히 기분이 좋아지고, 몸도 개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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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온 이른 추위에 몸도 마음도 움츠려 든다.

 

이러다 바로 겨울로 접어들 것만 같은 느낌이 세게 온다.

 

더 늦기 전에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은 마음에

 

10월 마지막 토요일 오전,

 

박배낭을 채운다.

 

 

 

가을을 제대로 느끼려면 힘든 산행은 안 하는 게 좋을 듯해서

 

임도길 따라 걷는 잣나무 숲으로 박지를 정했다.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갈수록 가을이 더디게 오는 듯하다.

 

단풍이 다 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10월을 하루 이틀만 남겨두었는데도

 

가평 깊은 산속에는 단풍이 한창 예쁘게 물들고 있었다. 

 

 

 

 

 

 

 

 

 

 

 

임도 초입에는 짙은 녹색빛을 자랑하던 잣나무 숲이 자주 보이더니,  

 

산속 깊숙이 들어올수록 잣숲보다는 단풍이 한창인 활엽수가 주종을 이룬다. 

 

가끔 쑥부쟁이를 비롯한 가을 야생화들이 불쑥 나타나 가을 분위기를 더해 주었다.  

 

 

 

임도를 따라 산속 깊숙이 들어올수록 고요함이 진하게 느껴진다.

 

초입에 들리던 차 소리, 사람 소리도 어느새 들리지 않고

 

오지에 온 듯 핸드폰도 잘 터지질 않는다. 

 

 

 

 

 

 

 

 

 

 

 

 

 

 

 

 

임도를 걸으면

 

산행로보다 덜 힘들고, 걷기도 편안하지만

 

좀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풍경이 조금씩 바뀌지만 

 

같은 길을 계속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산속 임도길을 약간의 지루함을 느끼며 계속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제법 걸었다 생각이 들 때 즈음

 

보이지 않던 잣나무 숲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거의 도착을 앞두고 박지를 찾느라 좀 헤맸다.

 

초행길이라 박지의 정확한 위치를 몰랐는데,

 

근처에서 들려오는 사람 소리를 따라 길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먼저 오신 어르신들의 도움을 받아

 

어둠이 엄습해오기 전에 무사히 박지에 도착했다.

 

 

 

 

 

 

 

 

 

저녁을 정신없이 먹고 나니,

 

아래쪽 어르신들이 같이 담소를 나누자고 하신다. 

 

어린 꼬마가 여기까지 온 것이 대견하게 느끼신 듯

 

말도 계속 걸어주시고, 이것저것 잘 챙겨주셨다. 

 

 

 

백패킹 와서 처음으로 다른 백패커들과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고,

 

암튼 새로운 경험이었다. 

 

 

 

 


 

 

 

 

 

 

 

 

 

 

 

 

 

텐트 문을 여니 키다리 잣나무들이 반겨준다.

 

언제 일어나나 기다렸다는 듯이.

 

 

 

피톤치드향 몰려든 상쾌한 아침 공기를 들이켜며,

 

잣나무 숲이 주는 평온함을 즐긴다.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 꽤나 넓은 박지.

 

이곳도 아마 화전민들이 살던 곳인 듯하다.

 

 

다른 잣숲보다 깔끔한 맛은 없지만,

 

손 때 묻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마음에 든다. 

 

오지에 온 듯한 느낌이 좋다. 

 

 

 

 

 

 

 

 

 

 

아니 온 듯 박지를 정리하고,

 

다시 배낭을 등에 지고 길을 나선다.

 

 

 

 

 

 

 

 

 

 

 

 

어제는 운동도 할 겸 긴 코스를 택했는데,

 

오늘은 마을로 내려가는 짧은 길로 접어든다.

 

 

 

계곡을 따라 난 길을 걸어

 

어제보다 훨씬 빨리 차가 있는 곳으로 도착했다. 

 

 

 

 

 

 

 

 

 

 

잣숲에서 즐기는 백패킹.

 

산 정상에서 즐기는 백패킹과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다. 

 

 

정상에 도착했다는 뿌듯함과 시원한 전망은 없지만,

 

잣숲이 주는 푸근함이 좋다.

 

그런 매력에 끌려 가끔씩 잣나무 숲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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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지나간 9월 주말,

 

정말 오랜만에 대학 동기 친구들과 백패킹을 가기로 한다.

 

경기도를 갓 벗어난 어느 고갯마루에 차를 세우고 등산을 시작한다.

 

 

 

 

 

 

 

 

 

9월 들어 선선해졌던 날씨는 

 

주말이 다가갈수록 더워지더니 이 날도 상당히 더운 편이다.

 

얼마 가지 않아 온 몸에 땀이 흥건하다.

 

 

 

산행로는 험하지 않지만,

 

산객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 잡목이 제법 우거져 있고,

 

어린애들 2명이 합류한 터라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산행길.

 

 

 

박배낭 없이 보통 1시간 조금 더 걸리는 산행 코스이지만,

 

더운 날씨에 박배낭을 메고 애들까지 돌보면서 가려니

 

초반에는 얼마 걸릴지 예상조차 어려웠고,

 

솔직히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지 멘붕이 왔다. 

 

 

 

그래도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다.

 

힘들어하는 애들을 달래며 계속해서 걸어가니

 

엄두가 나지 않던 목적지가 어느새 가까이에 있었다.

 

약 2시간 만에 예상했던 목적지에 도착했다.

 

 

 

애들에게 상당히 힘든 코스임이 분명한데,

 

큰 불평 없이 잘 따라온 애들이 대견할 따름이다.

 

 

 

 

 

 

 

 

 

 

우리가 오늘 하룻밤 신세 질 곳은

 

사방이 확 트인 봉우리.

 

큰 헬기장이 있는 곳이다. 

 

 

 

 

 

 

 

 

 

 

 

 

 

늦게 도착했더니 

 

이내 서쪽으로 해넘이가 시작된다.

 

 

 

 

 

 

 

 

 

 

 

 

 

 

 

 

 

아름다운 일몰을 안주 삼아,

 

우리들의 만찬을 시작한다.

 

 

 

 

 

 

 

 

 

산행 도중엔 무거워서 골칫거리던 회는

 

말 그대로 꿀 맛이고,

 

오래간만에 사랑하는 절친들과 

 

자연 속에서 술잔을 부딪치며 회포를 풀어내니 

 

마냥 행복하기만 한 밤이다. 

 

 

 

 

 

 

 

 

 

 

 

하늘엔 별들이 총총 박혀있고,

 

인기척이 없는 조용한 밤 풍경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생각보다 인위적인 빛이 많은 곳이다.

 

멀리 도심의 아경,

 

인근 골프장에서 뿜어 나오는 불빛,

 

그리고 고압 송전탑에서 깜빡거리는 불빛.

 

 

 

이번에는 은하수를 구경할 수 있지 않을까 살짝 기대도 했었는데,

 

주변 광량에 은하수 구경은 쉽지 않을 듯하다.

 

 

 

 

 

 

 

 

 

 

 

 

그래도 별구경 실컷 하고,

 

바람도 잦아든 산봉우리에서 편안한 밤을 보냈다.

 

 

 

 

 


 

 

 

 

 

 

 

 

 

 

 

 

 

 

 

9월 해는 생각보다 일찍 떠올랐다.

 

아침을 대충 먹고,

 

어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어제 고생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자니,

 

한 숨이 절로 나왔지만,

 

한 번 와봤던 길이라 그런지 어제보다 힘이 덜 들었다.

 

 

 

 

 

 

 

 

 

 

 

어제보다 30분 덜 걸려

 

차가 있는 곳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애들에겐 상당히 벅찬 코스였는데,

 

큰 불평 없이 잘 따라준 애들이 참 고마웠다.

 

이렇게 친구들과 즐거웠던 추억이 또 하나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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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시궁산 백패킹을 마치며

 

더 더워지고 장마가 오기 전에 한 번 더 가자고 서로 맘을 맞췄는데 

 

그 약속대로 6월 말 용인으로 다시 백패킹을 나선다. 

 

 

 

 

 

 

 

 

 

 

 

 

들머리에 위치한 잣나무 숲.

 

일정한 간격으로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잣나무들을 보니

 

눈이 편안해지고, 상쾌한 숲 내음이 코끝에 느껴진다.

 

그 숲 사이로 나 있는 산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잣나무 숲을 지나서도 산길은 너른 편이다. 

 

오르막길과 평평한 길이 반복되는 코스. 

 

산행하기 참 좋은 길이다. 

 

 

 

 

 

 

 

 

 

 

 

정상으로 가는 주능선 길에 접어들고선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아무래 산행하기 좋은 길이라 해도

 

여름이 시작된 6월 말에

 

박배낭을 메고 오르막을 오르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

 

 

 

백패킹의 매력과 중독성.

 

힘들 땐 더운 여름에 왜 이 짓을 하나 욕이 절로 나오지만

 

막상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동안의 수고로움을 싹 가시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고,

 

그 맛에 다시 박배낭을 메게 된다.  

 

 

 

 

 

정상까지 500mm 간격으로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오르막을 오를 때마다 

 

잠시 쉬어가면서 숨을 고르고 땀을 식힌다. 

 

금요일 오후 등산로에는 산객이 보이지 않고,

 

낮이 1년 중 제일 긴 시기라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 

 

 

 

 

 

 

 

 

 

 

 

 

드디어 정상까지 500mm 남았다는 팻말을 만났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쁨도 잠시.

 

그 팻말 앞으로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급경사 계단길이 보인다. 

 

명색이 용인 최고봉인데 역시나 쉽게 정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나무가지 너머로 태화산과 연지봉이 보인다

 

 

 

 

 

드디어 정상 데크에 도착했다. 

 

정상 근처에서부터 염소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염소들이 정상 데크에 똥을 사방 고루고루 싸질러 놨다. 

 

데크에 빗자루가 두세 개 보이더니 그 용도가 무엇인지 명확해졌다.

 

 

 

 

 

 

 

 

 

첨엔 몇 마리뿐인 줄 알았는데

 

잠시 후 20마리 넘어 보이는 염소 떼들이 데크 정상에서 서성거린다. 

 

방목으로 키우는 염소인지, 아니면 주인 없이 떠돌아다니는 염소인지 알 길이 없다. 

 

다행히 해질 녘 이후부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뿌연 미세먼지에 옅은 구름이 가득 낀 습한 저녁. 

 

시궁산처럼 멋진 일몰을 구경하긴 어려울 것 같다.

 

 

 

 

 

 

 

 

 

 

 

 

 

전망 한쪽으로 용인공원묘원이 내려다 보인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보다 먼저 세상에 왔다 가신 분들의 마지막 자취를 덤덤히 내려다본다.

 

우리야 아무 거리낌이 없었지만,

 

이런 거에 예민한 분들은 이곳에서 백패킹은 안 하는 게 좋을 듯. 

 

그냥 기분 탓이겠지요.

 

 

 

 

 

망원렌즈로 내려다 본 용인공원묘지

 

 

 

 

해넘이 구경은 글렀고,

 

정상에서 맛난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밤사이 날씨예보대로 비가 내렸다.

 

예보보다 더 많이 오긴 했지만.

 

아침에도 오락가락하며 가늘게 내리는 비.

 

 

 

 

 

 

 

 

 

 

 

 

보이는 풍경이라곤 수증기를 가득 머금은 안개 (구름?) 뿐.

 

비가 내려 철수가 번거롭고 하산길이 까다롭지만,

 

비 오는 날 아침 일찍 산행하는 사람이 없어

 

백패킹에서 쉽지 않은 늦잠을 잘 수 있었다. 

 

 

 

 

 

 

 

 

 

 

 

짐을 다 정리하고 어제 왔던 길로 되돌아가다가

 

새로 만들고 있는 코스로 호기심에 접어들었다.

 

다져지지 않은 땅에 비가 내려 무척이나 미끄러웠지만

 

비를 맞지 않고 무사히 하산을 마쳤다. 

 

 

 

정상에서 만난 염소 떼와

 

데크 바닥에서 올라오는 구수한 염소 똥 냄새가

 

제일 기억에 오래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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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산 정상에 넓은 데크가 생겼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수원에서 지척인 용인에 위치해 있어 부담 없고,

 

아직 가보지 않은 산이라,

 

호기심이 발동해서 이번에 찾아갔다.

 

 

 

 

 

 

 

 

 

산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무하마드 알리의 명언이 생각났다. 

 

"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은 있다. 한 대 처맞기 전까지는"

 

 

 

해발 500미터 살짝 넘는 높이의 산.

 

그리 높지 않은 평범한 동네 산이라 힘들지 않을 거라 예상했는데...

 

와! 초입부터 시작되는 가파른 오르막길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특출 나지 않은 체력에는 어느 산이든 만만한 산이란 없는 것이다.  

 

 

 

 

 

 

 

 

 

 

 

가파른 오르막길 끝에 만난 임도.

 

임도 옆 잘 만들어진 데크와 그 위에 설치된 벤치를 보고 기뻐했지만

 

그 기쁨도 잠시 뿐.

 

데크 정면으로 보이는 오르막 계단을 보니 또 한숨이 나온다. 

 

 

 

 

 

 

 

오르막길에 내려다 보이는 묵리 마을이 평온해 보인다

 

 

 

 

 

 

시궁산 정상으로 오르는 최단 코스라서 선택을 했는데,

 

코스의 3분의 2 이상이 오르막길이다. 

 

 

 

다행히도 정상을 거의 다 와서는 완만한 코스가 이어지며

 

우리의 분노를 잠재워 주었다.

 

 

 


 

 

 

 

 

시궁산 정상데크

 

 

 

 

정상에 설치된 너른 데크가 마음에 든다. 

 

그것보다 더 마음에 드는 건 

 

데크 너머로 뻥 뚫려있는 시원한 조망.

 

 

 

 

 

 

 

용인 방향 산들

 

삼봉산과 그 너머 왼쪽으로 보이는 동탄 시내

 

 

 

 

먼저 와서 쉬고 계시는 동네 노부부께서 

 

작년 여름 즈음 데크가 완성되었고,

 

주말만 되면 데크가 거의 찰 정도로 백패커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토요일도 아니고 금요일인데 설마 많이 올까 생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둘씩 백패커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해가 떨어지기 전인데도 데크가 텐트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도착해서 해가 떨어질 즈음 텐트를 칠 생각에 

 

간단히 테이블만 펼치고 요기를 하고 있던 우리는

 

텅 빈 데크가 텐트들로 순식간에 채워지는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도 쉘터를 설치하기로 한다. 

 

 

 

낮이 긴 6월의 해는 아직 떨어지지 않았지만

 

벌써 7시를 넘긴 시각이라 다행히 산객들이 오지는 않았다. 

 

 

** 등산객이 다니는 시간대에는 절대 텐트를 설치하지 맙시다!!

 

 

 

 

 

 

 

 

 

 

 

 

 

미세먼지 사이로 보이는 한숲시티

 

 

 

 

 

 

 

 

와! 여기가 해넘이 맛집이었구나.

 

백패커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가 분명해졌다. 

 

 

 

 

 

 

붉게 타오르는 하늘 아래 통탄 시내의 실루엣이 인상적이다

 

 

 

 

 

 

 

 

 

 

 

 

 

 

 

 

 

붉게 빛나던 하늘은 서서히 잿빛으로 변해가고

 

도시의 불빛이 화려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데크에는 4~5개 텐트와 쉘터가 설치되어 캠핑장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렇게 여러 팀들이 모인 곳에서 백패킹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나로선 무척이나 낯설다.

 

너른 데크, 확 트인 풍광과 멋진 일몰 때문에 백패커들에게 벌써 인기 장소가 되었나 보다.

 

뒤늦게 올라온 두 팀은 이 곳에 텐트칠 공간이 없어 아래 헬기장으로 내려갔다.

 

 

 

 

멋진 일몰 구경이 만족스러웠지만

 

산속의 고요함을 좋아하는 나로선 

 

한동안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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