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궁산 정상에 넓은 데크가 생겼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수원에서 지척인 용인에 위치해 있어 부담 없고,
아직 가보지 않은 산이라,
호기심이 발동해서 이번에 찾아갔다.

산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무하마드 알리의 명언이 생각났다.
"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은 있다. 한 대 처맞기 전까지는"
해발 500미터 살짝 넘는 높이의 산.
그리 높지 않은 평범한 동네 산이라 힘들지 않을 거라 예상했는데...
와! 초입부터 시작되는 가파른 오르막길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특출 나지 않은 체력에는 어느 산이든 만만한 산이란 없는 것이다.


가파른 오르막길 끝에 만난 임도.
임도 옆 잘 만들어진 데크와 그 위에 설치된 벤치를 보고 기뻐했지만
그 기쁨도 잠시 뿐.
데크 정면으로 보이는 오르막 계단을 보니 또 한숨이 나온다.



시궁산 정상으로 오르는 최단 코스라서 선택을 했는데,
코스의 3분의 2 이상이 오르막길이다.
다행히도 정상을 거의 다 와서는 완만한 코스가 이어지며
우리의 분노를 잠재워 주었다.

정상에 설치된 너른 데크가 마음에 든다.
그것보다 더 마음에 드는 건
데크 너머로 뻥 뚫려있는 시원한 조망.



먼저 와서 쉬고 계시는 동네 노부부께서
작년 여름 즈음 데크가 완성되었고,
주말만 되면 데크가 거의 찰 정도로 백패커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토요일도 아니고 금요일인데 설마 많이 올까 생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둘씩 백패커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해가 떨어지기 전인데도 데크가 텐트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도착해서 해가 떨어질 즈음 텐트를 칠 생각에
간단히 테이블만 펼치고 요기를 하고 있던 우리는
텅 빈 데크가 텐트들로 순식간에 채워지는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도 쉘터를 설치하기로 한다.
낮이 긴 6월의 해는 아직 떨어지지 않았지만
벌써 7시를 넘긴 시각이라 다행히 산객들이 오지는 않았다.
** 등산객이 다니는 시간대에는 절대 텐트를 설치하지 맙시다!!






와! 여기가 해넘이 맛집이었구나.
백패커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가 분명해졌다.







붉게 빛나던 하늘은 서서히 잿빛으로 변해가고
도시의 불빛이 화려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데크에는 4~5개 텐트와 쉘터가 설치되어 캠핑장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렇게 여러 팀들이 모인 곳에서 백패킹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나로선 무척이나 낯설다.
너른 데크, 확 트인 풍광과 멋진 일몰 때문에 백패커들에게 벌써 인기 장소가 되었나 보다.
뒤늦게 올라온 두 팀은 이 곳에 텐트칠 공간이 없어 아래 헬기장으로 내려갔다.
멋진 일몰 구경이 만족스러웠지만
산속의 고요함을 좋아하는 나로선
한동안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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