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번 시궁산 백패킹을 마치며
더 더워지고 장마가 오기 전에 한 번 더 가자고 서로 맘을 맞췄는데
그 약속대로 6월 말 용인으로 다시 백패킹을 나선다.


들머리에 위치한 잣나무 숲.
일정한 간격으로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잣나무들을 보니
눈이 편안해지고, 상쾌한 숲 내음이 코끝에 느껴진다.
그 숲 사이로 나 있는 산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잣나무 숲을 지나서도 산길은 너른 편이다.
오르막길과 평평한 길이 반복되는 코스.
산행하기 참 좋은 길이다.


정상으로 가는 주능선 길에 접어들고선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아무래 산행하기 좋은 길이라 해도
여름이 시작된 6월 말에
박배낭을 메고 오르막을 오르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
백패킹의 매력과 중독성.
힘들 땐 더운 여름에 왜 이 짓을 하나 욕이 절로 나오지만
막상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동안의 수고로움을 싹 가시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고,
그 맛에 다시 박배낭을 메게 된다.


오르막을 오를 때마다
잠시 쉬어가면서 숨을 고르고 땀을 식힌다.
금요일 오후 등산로에는 산객이 보이지 않고,
낮이 1년 중 제일 긴 시기라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



드디어 정상까지 500mm 남았다는 팻말을 만났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쁨도 잠시.
그 팻말 앞으로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급경사 계단길이 보인다.
명색이 용인 최고봉인데 역시나 쉽게 정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드디어 정상 데크에 도착했다.
정상 근처에서부터 염소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염소들이 정상 데크에 똥을 사방 고루고루 싸질러 놨다.
데크에 빗자루가 두세 개 보이더니 그 용도가 무엇인지 명확해졌다.

첨엔 몇 마리뿐인 줄 알았는데
잠시 후 20마리 넘어 보이는 염소 떼들이 데크 정상에서 서성거린다.
방목으로 키우는 염소인지, 아니면 주인 없이 떠돌아다니는 염소인지 알 길이 없다.
다행히 해질 녘 이후부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뿌연 미세먼지에 옅은 구름이 가득 낀 습한 저녁.
시궁산처럼 멋진 일몰을 구경하긴 어려울 것 같다.




전망 한쪽으로 용인공원묘원이 내려다 보인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보다 먼저 세상에 왔다 가신 분들의 마지막 자취를 덤덤히 내려다본다.
우리야 아무 거리낌이 없었지만,
이런 거에 예민한 분들은 이곳에서 백패킹은 안 하는 게 좋을 듯.
그냥 기분 탓이겠지요.

해넘이 구경은 글렀고,
정상에서 맛난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밤사이 날씨예보대로 비가 내렸다.
예보보다 더 많이 오긴 했지만.
아침에도 오락가락하며 가늘게 내리는 비.



보이는 풍경이라곤 수증기를 가득 머금은 안개 (구름?) 뿐.
비가 내려 철수가 번거롭고 하산길이 까다롭지만,
비 오는 날 아침 일찍 산행하는 사람이 없어
백패킹에서 쉽지 않은 늦잠을 잘 수 있었다.


짐을 다 정리하고 어제 왔던 길로 되돌아가다가
새로 만들고 있는 코스로 호기심에 접어들었다.
다져지지 않은 땅에 비가 내려 무척이나 미끄러웠지만
비를 맞지 않고 무사히 하산을 마쳤다.
정상에서 만난 염소 떼와
데크 바닥에서 올라오는 구수한 염소 똥 냄새가
제일 기억에 오래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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