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빈티지 수동렌즈 구매처, 이베이.
저렴하고 상태 좋은 렌즈가 없나 하고 가끔 이베이에 들어가 구경을 한다.
이번에 소개할 렌즈도 이베이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다 발견한 경우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보통 가격이 착한 렌즈는 상태가 좋지 않은 게 다반사인데,
이 렌즈도 딱 붙어 있어야 할 초점 조절 고무링 (focus rubber ring)이 어디로 도망가 버렸는지 없고, 앞뒤 캡도 없단다.
이리저리 재어 보다가 상태 좋은 놈의 절반도 못 미치는 가격에다 렌즈 알 상태가 괜찮아 보여 덥석 물었다.
경매 (bid)에 성공해서 같이 구매한 다른 렌즈들과 함께 배대지를 통해 막상 받아보니 역시나 너무 볼품없어 보인다.
초점 조절 고무링 (이하, 포커스 러버링)의 경우 연식이 오래될수록 늘어나거나 경화되어 찢어지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초점링도 금속으로 된 걸 더 선호하는데,
오래된 빈티지 렌즈 중에서도 비교적 근래에 만들어진 렌즈들은 원가 절감과 경량화를 위해 이부분은 대부분 고무로 만들어졌다.
암튼 나의 경우와 같이 포커스 러버링이 헐거워졌거나 찢어져 다시 리폼하는 경우가 없는지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는데
가려운 부분을 꼭 짚어 긁어주듯 마음에 쏙 드는 해결책을 보여주는 사례가 보이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자주 보이는 타사 줌 렌즈용 러버링을 구매해서 사이즈에 맞게 잘라서 접착제로 붙여야 하나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고산에서 약수터를 발견하듯 이 제품을 만났다.
'틸타'라는 브랜드의 심리스 포커스 기어 링 (Tilta Seamless Focus Gear Ring)
알리에서 파는 걸 봐선 중국 브랜드인 걸로 보이고,
원래 용도는 영상 촬영 시 팔로우 포커스에 물리거나 손으로 초점 조절 시 접지력을 높여 부드럽게 초점을 조절하는 용도이다.
게다가 다른 포커스 기어링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내가 원했던 바와 같이 중간에 끊어지는 부분이 없다 (말 그대로 seamless).
seamless 이기 때문에 원지름 길이에 따라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다.
알리는 배송 기간이 하세월이라 포기를 하고,
네이버에서 "Seamless Focus Gear Ring"으로 검색해서 알리와 비슷한 가격에 파는 곳에서 구매를 하기로 맘먹었다.
구매를 하기 전 이 렌즈의 포커스 원통 지름을 측정할 차례다.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아래와 같이 버니어 캘리퍼스를 이용하면 된다.
공학을 전혀 모르는 문과생인 나는 당연히 이런 공구가 있을 리 만무하다.
대신 종이를 길게 잘라 원둘레 길이를 잰 후 나누기 3.14를 했다.
3.141592...... 학창 시절 배우던 원주율을 이렇게 써먹을 날이 올 줄이야~ 수학이 필요할 때가 있구나 ㅋ
포커스 경통의 지름은 약 62mm.
약간 작은 사이즈를 선택해야 헐거움이 없다는 설명을 보고 59-61 mm 을 선택을 하고,
문제는 이 제품의 포커스 링에 맞닿는 부분의 너비를 알 수가 없다.
내 렌즈의 고무링이 있어야 할 부분의 너비는 1.4 cm인데, 이 제품의 너비는 판매 사이트를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는다.
이 제품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어 일단 하나를 주문했다.
제품을 받고 너비를 재어 보니 대략 1.3 cm (반쪽 각각 0.6 cm, 중간 자르는 부분 0.1 cm)
1mm 차이로 이 제품의 너비가 작지만 이 정도면 대만족이다.
어느 정도 딱딱한 고무 재질로 약간의 탄력이 있어 어렵지 않게 포커스링에 장착할 수 있었다.
헐거움없이 포커스 링에 제대로 물리고 포커스링이 부드럽게 잘 돌아간다.
남자의 머리숱이 적고 많음에서 외모의 차이가 크듯 포커스 고무링을 장착하니 렌즈의 풍모가 훨씬 멋스러워졌다.
그리고 오리지널 렌즈캡은 아니지만 미놀타 로고가 박힌 렌즈캡도 장만해 주니 이 렌즈 본래의 카리스마가 풍기는 듯하다.
오래된 렌즈이다 보니 렌즈알 사이로 미세 먼지가 몇 개 보이지만 옵틱 상태가 상당히 깨끗한 편이다.
맑고 투명한 렌즈알을 보고 있으면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절로 번진다.
이렇게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나의 또 다른 로커 렌즈를 많이 사랑해주며 자주 사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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