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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전날 퇴근 후 후다닥 다녀왔던 부부캠핑

 

 저녁 즈음 출발을 해야 하는 관계로

 

가까운 곳을 찾다 선택하게 된 양평 백운봉 자연휴양림.

 

작년 가을에 숲속의 집에서 하룻밤 머물렀던 곳이라 그리 낯설지 않은 곳이다.

 

 

 

 

 

 

 

 

 

 

우리가 하룻밤 신세질 데크는 11번 데크

 

작년에 야영장 구경을 하면서 찜해둔 곳이다.

 

 

짐 옮기기 좀 불편하고 

 

화장실, 개수대가 꽤 멀리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구석진 곳에 있어 한적하고 다른 데크와 간격이 넓은 편이며,

 

무엇보다 그늘이 풍부해서 여름에 머물기 좋은 곳이다.

 

 

 

 

휴양림에 도착하니 해가 떨어지려고 한다.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쉘터를 친다. 

 

 

 

 

 

데크가 그리 크지 않아 쉘터를 펼치는 남는 공간이 별로 없다

 

 

 

 

 

 

 

 

아래 12번 (우), 13번 (좌) 데크

 

 

 

 

 

 

 

화장실 가는 계단. 경사가 제법 있는 편이라 저절로 운동이 된다

 

 

 

 

 

 

 

 

 

 

 

 

 

 

 

짐 정리를 마치고 막걸리로 갈증을 푼다.

 

캬~

 

힘쓰고 난 후엔 막걸리만 한 게 없다.

 

 

 

밥을 먹고 이런 저런 얘길 하다 보니 밤이 벌써 깊어간다.

 

늦게 도착한 탓에 아쉽게도 벌써 잠잘 시간이다.

 

가볍게 주변 산책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나무에 가려 양평 시내 전망은 그닥이다

 

 

 

 

 

 

 

 

 

 

 

 

 

 


 

 

 

 

 

 

 

 

 

 

 

 

 

 

 

밤새 졸졸졸 시끄럽지 않은 소리를 들려주었던 작은 계곡

 

 

 

 

 

 

산새 소리와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로 시작하는

 

휴양림 아침이 참 상쾌하다. 

 

 

 

 

 

 

 

 

 

 

 

 

 

나무숲에 둘러싸인 11번 데크

 

 

 

 

 

 

 

 

 

 

 

 

 

 

평소보다 좀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산행을 준비한다.

 

 

이번이 세 번째 백운봉 산행이지만 

 

반쪽이랑 같이 가는 건 처음이다.

 

 

 

 

 

 

 

 

 

 

 

6월 초 

 

날이 조금 덥긴 하지만 

 

아직 숲은 싱그러운 모습이 조금 남아있다. 

 

 

 

 

 

 

 

 

 

 

 

 

 

 

 

 

 

 

 

 

 

 

 

두리봉으로 가려다 팻말이 정확하지 않아 되돌아왔다.

 

 

 

 

 

 

가보지 않은 두리봉을 거쳐 헬기장으로 가려고 했는데

 

갈림길에서 팻말이 없어 다시 되돌아와 헬기장으로 가는 코스를 올라갔다. 

 

 

 

고생해서 계속된 오르막을 지나 도착한 헬기장

 

헬기장에서 바라본 백운봉의 모습은 언제 봐도 웅장하다.

 

 

 

 

 

 

백운봉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걷는다.

 

약간의 평탄한 길이 있나 싶더니

 

다시 시작되는 고바우길

 

 

 

길은 험하고 

 

몸은 고되지만 

 

멋진 조망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백운봉 정상

 

사방이 확 트인 조망이 다시 봐도 일품이다. 

 

 

 

 

 

 

 

 

 

 

 

 

 

용문산 정상 가섭봉이 꽤나 멀어 보인다

 

 

 

 

 

 

 

 

 

 

 

 

 

양평 시내. 미세먼지가 조금 있어 아쉽다

 

 

 

 

 

 

안전하게 하산을 하고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이번 캠핑을 마무리했다.

 

 

 

퇴근박으로 진행된 짧은 캠핑이라 아쉬웠지만

 

반쪽이랑 같이 백운봉 산행을 해서 정말 좋았다.

 

 

 

 

그나저나 반쪽이도 산을 제법 잘 탄다.

 

산행에 관심없은 여자들도 많은데 

 

산행 좋아하는 반쪽이가 있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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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다녀왔던 가족 캠핑.

 

2022년 7월에 다녀온 후 3년 만에 다 함께 떠나는 캠핑이다.

 

이제 애들이 커버려서 2박 3일은 고사하고 1박 2일도 겨우 일정을 맞추었다.

 

큰 딸 토요일 알바가 끝난 후 오후 늦게 출발한다.

 

 

 

 

 

 

 

 

 

 

 

 

 

 

 

 

 

 

 

이 곳 성불산 캠핑장은 짐을 옮기기가 쉽지 않다.

 

제법 되는 짐을 옮기고,

 

텐트를 치고 짐을 정리하고 나니

 

어느덧 해가 먼산 너머로 넘어간다.

 

 

 

 

 

 

 

 

 

 

 

 

저녁 시간은 짧지만 소중한 시간이다.

 

같이 술과 음료를 마시고

 

삼겹살을 구우며 

 

맛나는 저녁 식사를 즐긴다. 

 

 

 

 

 

 

 

 

 

 

 

 

 

 

 

 

 

 

 

 

5월 초 산속 날씨가 꽤나 쌀쌀하다.

 

쉘터 안에서 자리를 옮기고 

 

히터를 켜고 수다를 마저 떤다. 

 

그렇게 캠핑 첫날은 빨리 지나간다.

 

 

 

 

 

 

 

 

 

 

 

 

 

 


 

 

 

 

 

 

 

 

 

 

 

 

 

 

 

 

 

 

 

 

 

 

 

 

밤새 들리던 새소리가 그치고, 

 

아침에 활동하는 다른 새들의 노랫소리로 아침을 시작한다.

 

 

 

 

 

 

 

 

 

 

 

 

 

5월의 신록

 

새로 난 연둣빛 나뭇잎이 싱그럽다. 

 

6월이 오기 전에 짙은 초록으로 바뀌겠지.

 

 

 

 

 

 

 

 

 

 

 

 

 

 

 

 

 

 

 

 

 

 

아침밥을 해결하고

 

상큼한 신록과 꽃 구경을 위해 휴양림 한 바퀴 돌아본다.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 목공예 체험도 했다

 

 

 

 

 

큰 나무들이 없어 여름에 산책하긴 좀 덥겠지만 

 

그때를 제외하곤 산책하기 좋은 성불산 자연휴양림

 

 

 

 

 

 


 

 

 

 

 

 

 

 

 

 

 

 

 

 

 

 

 

 

 

 

 

괴산에서 점심을 맛나게 먹고 

 

차를 타고 증평을 지나 진천으로 향한다.

 

 

 

 

 

 

 

 

 

 

 

도착지는 진천 농다리.

 

고속도로 타다가 지나치기만 했는데 드디어 구경을 해본다.

 

 

 

 

 

 

 

 

 

 

 

 

구경거리는 농다리뿐만 아니다.

 

고개를 넘으면 초평저수지로 연결되는데

 

주변 데크길과 출렁다리까지 잘 만들어놔서 산책하기 너무 좋다. 

 

 

 

 

 

 

 

 

 

 

 

 

 

 

 

 

 

 

 

 

 

 

 

 

 

 

 

 

 

 

 

 

 

 

 

 

 

 

 

 

 

 

 

 

 

 

 

 

 

 

 

 

 

 

 

 

 

비가 올듯 말듯 흐린 날씨가 아쉬웠지만

 

가족들과 함께

 

멋진 초평저수지 풍경을 구경하며

 

출렁다리를 지나고 데크길을 걸으면서 마냥 즐겁고 행복했다.

 

 

 

 

 

 

 

 

 

 

 

진천에서 저녁까지 맛나게 먹고 

 

간만의 가족 캠핑을 마무리했다.

 

 

 


 

 

 

 

 

온전한 1박 2일도 아닌 짧은 캠핑이었지만

 

좁은 공간에서 

 

핸드폰을 조금 멀리 두고

 

서로에게 집중하며 대화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애들이 나이가 들면서 더더욱 쉽지 않겠지만 

 

가능한 시간을 맞춰서 꾸준히 캠핑을 다녀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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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 새순이 나뭇가지에 돋아나는 4월

온 산천이 싱그럽고 생기가 넘쳐흐르건만

무거운 박배낭을 짊어지고

숨을 헉헉대며 오르막을 오르자니 현타가 세게 온다.

왜 이 짓을 하고 있을까?

 

 

 

 

 

 

 

 

 

 

 

 

 

 

 

 

 

 

 

 

 

 

 

 

 

 

 

 

목적지에 도착하면 왜 여길 오려고 했는지를 깨닫게 해 준다.

힘겹게 목표를 이루었다는 성취감과

시원한 전망과 멋진 경치!

 

 

 

 

 

 

 

 

 

 

 

 

 

 

 

 

 

 

 

 

 

 

 

 

 

 

 

 

 

 

 

 

 

 

 

 

 

 

 

 

 

 

 

 

 

그리고 산 위에서 즐기는

막걸리 한 잔과 저녁 식사

그 맛이 기가 막힌다!

 

 

 

 

 

 

 

 

 

 

 

 

 

 

 

 

 

 

 

 

 

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해넘이까지 실컷 구경한다.

 

 

 

 

 

 

 

 

 

 

 

 

 

 

 

 

 

 

 

 

 

 

 

 

 

 

 

 

 

 

 

 

 

 

 

 

 

텐풍을 마지막으로 감상하며 오늘의 힐링시간을 마무리한다.

준비와 오르는 과정이 귀찮고 고되지만,

이 맛에 백패킹을 간다.

 

 

 

 

 

 

* 함께한 카메라/렌즈: 후지필름 X-E2s + NX 30mm f2 & Pentax-M 120mm f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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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이 완화된 후 찾아온 황금연휴. 온 가족이 다 함께 캠핑을 가고 싶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취지와 맞지 않은 듯하여 고심 끝에 둘째 딸과 단 둘이 백패킹을 떠나기로 한다.

 

작년에는 둘째와 산속 임도 걷기 백패킹을 했었고, 올 해는 작년과는 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 섬으로 가기로 둘이서 결정을 지었다.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아빠와 조개 잡이를 하고 싶은 둘째의 바람과 조용한 해변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서해 낙조를 원 없이 구경하고 싶은 아빠의 희망 사항이 합쳐진 결정이다. 

 

백패킹에 필요한 식재료는 전부 집 근처에서 구매를 하고, 내려가는 동안 휴게소를 거치지 않는 등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로 하였다. 모든 준비를 끝내자마자 차를 몰고 서해안으로 향했다. 출발한 일시는 5월 1일 오후 1시. 전 날 석가탄신일엔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을 이번 연휴에 한꺼번에 표출하려는 듯 수많은 차들이 도로 위로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오늘은 그리 많이 막히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안일한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아 처참히 뭉개지고 말았다. 차들이 서해안 고속도로로 몰리며 고속도로 올라타기도 쉽지 않았고, 안면도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차들이 빽빽이 들어차 정체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막히지 않는다면 3시간이 걸리지 않는 곳이지만, 4시간이 넘게 걸려 결국 원산도 오봉산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오봉산 해수욕장은 우리 부녀가 하룻밤을 지낼 장소가 아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이 곳에서 높지 않은 산을 넘어 있는 이름 없는 작은 해변. 지도로 미리 검색만 했을 뿐, 가는 길이 제대로 있는지도 모르고, 실제 해변이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도 가보지 않고선 알 수 없는 미지의 장소였다. 

 

 

 

 

 

 

 

 

 

 

 

키 큰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그 아래로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는 활엽수 사이로 넓진 않지만 평탄한 산길이 또렷이 보였다. 야트막한 산이라 오르막길이 끝나는 지점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산 능선에서 해변으로 향하는 내리막길도 예상외로 길이 잘 뚫려 있었고, 그 내리막길 끝에는 지도로만 봐왔던 우리만의 해변이 펼쳐져 있었다. 

 

 

 

 

 

 

 

 

 

 

 

 

 

 

지도를 펼쳐 놓고 이 곳은 어떤 곳일까 궁금해하다가 실제 그곳을 찾아가 지도와 실제의 차이를 발견하는 것도 여행의 묘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곳은 지도에서 보고 상상한 것보다 더 큰 해변이었다. 그리고 지도에는 보이지 않던 해양 쓰레기가 해변 안쪽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누군가 이 곳에 와서 쓰레기를 버렸다기보다는 대부분 태풍이나 물난리에 바다로 떠내려왔다 이 곳에 쓸려온 것으로 보인다. 깨끗한 해변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쓰레기는 우리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간이 만든 쓰레기보다 더 안타까운 것이 있었으니. 우선 날씨가 좋지 않다. 상상하던 수평선 위 쏟아지는 햇빛은 온데간데없고, 하늘엔 회색 빛 구름이 가득하다. 설상가상으로 이 곳에 도착한 시각이 바닷물이 점점 해변으로 몰려오는 밀물 시점이다. 물이 더 빠져야 조개 캐기를 할 수 있는데 물이 밀려들어오는 걸 보니 조개 캐기도 쉽지 않겠구나 라는 불길한 예감이 문득 들었다. 혹시나 해서 이 곳 물때를 확인해 보니 간조 시각은 새벽 3시와 오후 5시경. 아름다운 서해의 일몰과 조개 캐기는 이번엔 어려울 것 같다. 빨리 포기를 하고 오랜만에 만난 바다를 즐기기로 한다. 

 

 

 

 

 

 

 

 

 

 

 

 

 

 

 

 

 

 

 

 

해변 여기저기 탐색하고, 파도와 술래잡기 놀이도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개가 없는지 모래를 파보기도 하고, 조개 대신 바위에 붙은 소라를 잡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보이지 않던 해가 떨어졌는지 날이 어두워지고 낮보다 바람 세기가 조금 더 강해졌다. 산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저녁 날씨는 꽤 쌀쌀했다. 이번 저녁 주 메뉴도 라면이다. 작년 임도 백패킹 때 깜빡하고 안 챙겨 곤혹을 치른 터라 이번에는 출발 전 라면을 챙겼는지 여러 번 확인을 했다. 그 소중한(?) 라면을 맛나게 먹고 바람을 피해 텐트 안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다 잠자리에 들었다.

 

 

 

 


 

 

 

 

깨어있을 땐 평온하게 들리던 파도 소리는 잠자리에선 꽤나 크게 들렸고, 그 소리에 여러 번 깨곤 했다. 날이 밝아지기 시작할 즈음부터는 이른 아침 조업에 나선 어선의 엔진 소리가 파도 소리보다 더 크게 들려왔다. 

 

 

 

 

 

 

 

 

 

 

 

 

 

 

 

 

 

 

 

 

 

 

 

아침에도 어제 오후와 풍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늘이 흐리고, 바다도 하늘처럼 회색빛이다. 바다 한가운데에서는 선원들이 조업으로 바삐 움직일 테지만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한적하기만 하다. 작게 보이는 배는 움직임이 없고, 느린 속도로 끝없이 들이치는 파도도 정적이다. 가끔 작업을 마친 배가 지나가면서 그림 같은 풍경에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아침을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바라보는 바다는 그렇게 평온했다.

 

 

 

   

 

 

 

 

 

 

 

 

 

 

 

 

 

 

 

 

 

 

 

 

 

 

 

 

 

 

 

 

 

이제 짐을 정리하고 어제와 오늘 동안 우리만의 해변이었던 이곳을 떠난다. 돌아가는 길도 바다만큼 평화롭다. 한 번 걸어본 길이라 익숙해져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길 곳곳엔 어제는 눈에 잘 띄지 않던 봄 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산을 내려와서도 차가 다니는 도로 가에는 유채꽃이 활짝 피어 꽃길을 만든다. 차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 후 그냥 떠나지 않고 오봉산 해수욕장을 향한다. 당분간 보기 힘들 바다와 좀 더 있고 싶어서다.

 

 

 

 

 

 

 

 

 

 

 

 

 

 

 

 

 

 

 

 

 

 

 

우리가 머물렀던 해변보다 몇십 배 더 커 보이는 해수욕장을 보고 둘째가 좋아서 막 뛰어다닌다. 즐거워하는 딸의 모습을 보니 아빠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아름다운 일몰도 보지 못하고 조개 캐기도 성과를 못 냈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풍경 좋고 한적한 해변에서 딸과 단 둘이 보낸 것 그 자체 만으로 100%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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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이곳을 선택한 건 아니었다. 

겨울이 되면 더 무거워지는 배낭의 무게를 감안해서 많이 힘들지 않고 적당히 운동이 되는 곳으로 가려했었다.

 

먼저 레이더에 감지된 곳은 각흘산. 

원적산과 같은 이유로 능선에 나무가 잘려 나가 황량하고 거친 느낌의 산.

 

 백패킹 갈 곳을 리스트에 올려놓고 한 곳 한 곳 직접 찾아가 보는 걸 난 좋아한다. 모니터로 후기만 봐오던 곳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는 단순한 행위 이건만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오늘도 위시 리스트 중 한 곳을 찾아간다는 사실에 룰루랄라 신나 하면서 차를 몰고 포천에서 철원 쪽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들머리에 도착하자마자 처참하게 무너졌다. 

 

들머리는 굳게 닫혀 있었다. 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등산로를 폐쇄한다는 글이 쓰여 있었다. 돼지열병이 대한민국에서 종식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포천과 철원 경계지역에 위치한 외진 이곳은 돼지열병을 차단하기 위해 여전히 멧돼지와 싸움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과감하게 포기를 하고 대안으로 선택한 곳이 근처에 위치한 명성산. 

산정호수를 품고 있고, 가을이면 산 능선을 뒤덮는 억새로 유명한 곳이며, 궁예의 이야기가 전해오는 산이라는 것 빼곤 명성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급하게 지도를 검색해 찾아간 들머리, 산안고개에서 바라본 명성산의 첫인상이다. 육산이 아닌 바위산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지만, 들머리 여기저기 보이는 군부대 훈련 진지에 더 눈이 쏠렸는지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계곡을 따라 나있는 등로에도 바위와 돌 투성이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돌부리와 바위를 밟고 지나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평탄하지 않은 바닥과 불규칙한 보폭에 시간은 지체되고 다리는 점점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지만 산정산에서의 혹한을 대비하기 위해 챙긴 짐으로 무거워진 배낭을 메고 오르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각흘산을 들렀다 오느라 출발이 늦은 데다 산행 속도를 더디게 하는 무수한 돌부리들 때문에 삼분의 일도 가지 않았는데 벌써 해가 지려고 한다. 서산으로 떨어지는 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오늘도 초행길에 야등이구나'라는 생각에 불안한 한 숨을 내뱉는다. 

 

 

 

 

 

 

 

 

 

 

 

 

 

명성산의 팻말은 친절하지 않다.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어두워져 좁아진 시야와 고도가 높아질수록 급하지는 경사. 그리고 여전히 괴롭히는 돌과 바위들 때문에 산행속도는 느려질 만큼 느려진다. 속도가 느린 만큼 덜 힘들어야 하는데 숨이 차오르는 건 여전하고, 머릿속 계산으론 벌써 정상에 도착해야 하는데 줄곳 보이는 봉우리는 여전히 머리 위로 우뚝 솟아 있어 미칠 지경이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다. 하늘까지 연결되어 있을 것 같던 오르막길은 어느덧 끝이 나고, 덜 수고스러운 능선길을 탄 지 얼마 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산 위에서의 저녁 식사는 언제나 꿀맛이지만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 탓인지 평소보다 빨리 끝나고, 침낭 안에 지친 몸을 뉘이자마자 눈은 저절로 감기었다. 

 

 

 


 

 

 

인기척은커녕 새소리, 야생 동물의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고요한 새벽에 잠을 깼다. 

"샥  -   샥"

텐트 위로 무언가 내려앉으며 나는 아주 부드러운 소리. 

눈이 내려앉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처음 듣는 소리였지만, 집중해서 다시 들어봐도 눈이 내려앉는 소리가 분명했다. 주변이 워낙 조용해서 그 작은 소리가 텐트 안에선 제법 크게 들려왔다.

'눈이 많이 내리면 내일 귀갓길이 힘들 텐데 어쩌나'라는 생각을 하고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 말자 텐트 지퍼를 살짝 열고 밖을 내다봤다. 눈은 없었다. 

또렷이 기억이 나는 걸로 봐선 분명 꿈을 꾼 건 아니었다. 텐트 문을 활짝 열고 밖으로 나서자 새벽에 들려왔던 소리의 정체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상고대. 산 꼭대기에 머물던 수증기가 새벽 찬 기운에 얼어붙으면서 박지 주변 나무들을 모두 흰 옷으로 갈아입혔다. 동계 백패킹을 하면서 상고대 내려앉는 소리를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또 다른 장관이 반대편으로 펼쳐진다. 산골짜기에 피어오르는 운무 사이로 일출이 시작되었다.

 

건너편 왼쪽 상단에 봉긋 솟은 산이 각흘산이다. 이번에 오르진 못했지만 먼발치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산상 아침은 영하의 날씨지만 지난 번 능경봉 백패킹 때에 비하면 봄 날씨처럼 포근하다.

덕분에 의자에 앉아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는 잠깐의 여유도 누릴 수 있었다.

 

 

 

 

 

 

 

 


 

 

 

다시 배낭을 메고 내려가는 길에도 온통 상고대 세상이다.

 

 

 

 

 

 

 

 

 

 

 

 

 

 

 

 

 

 

 

 

 

 

 

 

 

 

 

 

 

 

 

어제 저녁 예상보다 늦어져 그냥 지나쳤던 정상을 들렀다 본격적으로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어제 고개를 들 때마다 보이며 수 차례 절망에 빠뜨렸던 삼각봉이 하산할 때는 금세 나의 시선에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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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 백패킹!

백패킹을 시작한 지 제법 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단어.

돈이 없어 장비를 미리 장만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선뜻 실행에 옮기기엔 뭔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져서가 아닐까.

 

머릿속에서 그 단어를 끄집어내어 몸소 체험을 하려고 하니 생각보다 복잡할 것이 없다.

경험해 보지 못해서 생기는 이런저런 상상과 추측으로 복잡하던 머릿속이 한결 명료해졌다.

 

이왕 체험을 하는 바엔 제대로 해 보자는 생각에 강원도로 향했다.

사시사철 바람이 시원스레 불어오는 곳.

겨울이 되면 우리나라 최설 지역 중 하나인 곳.

대관령이 이번 산행의 목적지다.

 

 

 

 

 

 

 

 

 

 

 

완만한 대관령 고원 능선을 타고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대관령 휴게소 풍력발전기는 힘차게 돌아간다.

풍력발전기를 등지고 길지 않은 우리의 산행은 시작된다.

 

 

 

 

 

 

 

 

 

 

 

 

 

겨울 산의 모습은 단조롭고 황량하기만 하다.

쌓인 눈에 낙엽도 보이지 않는 겨울나무는 죽은 듯 더 메마르고 앙상해 보인다.

키 작은 조릿대 잎만이 이 산속에 흔치 않은 초록빛 존재감을 보인다.

 

동지를 갓 지난 산속 늦은 오후에 인기척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흔적이라곤 하얀 눈 위 발자국.

 

 

 

 

 

 

 

 

완만하게 시작하던 등로는 점점 경사가 급해지고,

추운 산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챙긴 장비로 가득 찬 배낭 무게에 걸음을 멈추고 쉬어가는 일이 잦아진다.

쉬기 적당한 포인트에 먼저 다녀간 누군가가 눈 위에 새겨 놓은 "능경봉"

새하얀 화선지에 붓으로 써 놓은 듯 멋지다.

우리가 목적지에 제대로 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표시이기도 해서 더 맘에 든다.

 

 

 

 

 

 

 

 

아무래도 정상에 도착하기 전 어두워질 듯하다.

다행히 하얀 눈 위 발자국은 여전히 또렷한 편이다.

헤드랜턴을 꺼내지 않고 쉬다 가다를 반복하며 올라가니 동쪽으로 강릉 시내가 눈에 들어오고

잠시 후 헬기장을 지나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위와 오리에게는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한겨울에 우모로 된 옷과 침낭이 없다면 백패킹은 쉽게 도전하기 어려울 듯싶다.

우모복과 다운부티로 무장하고 텐트 안에서 따뜻한 음식을 먹으니 제법 견딜만하다.

 

 

 

 

 

 

 

 

능경봉의 조망은 뛰어나진 않지만 괜찮은 편이다.

평창 쪽 전망은 나무에 가려 볼 수가 없지만, 반대편 나뭇가지 너머로 강릉 야경이 눈요기가 되어 준다.

야경과 별 사진을 찍으러 텐트 밖으로 나왔다 몇 장 찍지 못하고 텐트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손가락, 발가락이 얼어붙을 것 같이 추워서 밖에서 오래 버틸 수가 없다.

 

 

 

 

 

 

 

 

 

 

 

 

 

 

 

 

 

 

 

우모복을 그대로 입고 침낭 안에 들어가 번데기처럼 누웠다.

핫팩을 두 개를 터뜨렸는데도 침낭 안은 따스한 기운이 별로 없다.

언제쯤 따뜻해지려나 생각하다 잠이 들었나 보다. 살짝 더운 느낌이 있어 잠에서 깼다.

밤새도록 텐트를 때리는 바람 소리가 제법 시끄러웠지만, 1300g 구스 침낭 덕분에 얼어 죽지 않고 잘 잤다.

 

 

일출을 구경하러 온 또 다른 백패커 발자국 소리에 잠에서 깼다.

침낭 안은 천국, 밖은 그냥 지옥같이 춥다.

침낭 안에서 천년만년 있고 싶을 정도로 나가기 싫었지만

일출 구경을 하고 하산을 할 생각에 번데기 모드를 해제하고 텐트 밖을 나왔다.

 

 

 

 

 

 

 

강릉 시내는 아직 잠들어 있고,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해가 떠오려나 보다.

매서운 추위에도 일출은 늘 그렇듯이 순수하고 장엄하다.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태양같이 희망찬 기운이 불끈 솟아오르는 기분이다.

 

 

 

 

 

 

 

 

 

 

 

 

 

 

 

 

 

 

 

 

 

 

 

 

 

 

 

 

 

 

 

 

 

 

 

 

해가 어느 정도 떠오르자 깜깜하기만 했던 능경봉 정상도 제 모습을 되찾았다.

밤새 춥긴 추웠나 보다.

서리가 내려앉은 텐트도 바짝 움츠린 듯 긴장감이 서려있고,

텐트 안에 있던 물병의 물은 꽝꽝 얼어붙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해발 750 미터에 위치한 대관령면이 오늘 아침 영하 10.6도란다.

이 곳 능경봉이 1,120 미터 정도이니 영하 13도까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혹한의 추위 속에서 하룻밤을 잘 버텼다.

앞으로 동계 백패킹을 자신감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P. S.]

 

최근에 구매한 저렴이 수동 렌즈를 들고 이번 산행을 나섰는데 잘못된 판단인 듯하다.

초첨을 일일이 맞춰야 하는 수동 렌즈의 특성상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고, 추운 겨울에는 동상 걸리기 딱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먼지가 사진에 잡혔다. 미러리스의 특성상 센서에 먼지가 잘 들어간다.

청소를 자주 하고 수시로 점검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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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기 전 멀리 강원도로 백패킹을 떠났다. 

그동안 집에서 가까운 경기도에 있는 산으로 주로 백패킹을 다녔었다. 오늘 처음으로 강원도로 백패킹을 가게 되어 나름 의미 있는 날이다. 한 가지 더 의미를 찾는다면 처음으로 1,000 미터가 넘는 높은 곳으로 간다는 것이다. 대부분 해발 500 ~ 600 미터 남짓한 산을 찾았었고, 박배낭을 메고 올라간 제일 높은 산은 790미터 높이의  충남 오서산이었다. 

 

해발 1,261미터 태기산으로 향하면서 이제 나도 진정한 백패커나 되는 건가 라는 우쭐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사실 이번 백패킹은 500 ~ 600급 산행보다 훨씬 수월한 산행이 예상된다.

 

 

 

 

 

 

 

 

출발 지점이 해발 980미터다. 

신대리에서 출발하는 제대로 된 산행 코스가 있지만 토요일 늦게 횡성에 도착한 우리는 거의 1천 미터 높이 양구두미재까지 차를 끌고 올라왔다. 1천 미터를 거저먹고 시작하는 셈이다. 

 

이 곳에 설치된 풍력 발전기를 따라 정상까지 임도가 잘 닦여져 있다. 겨울에는 보통 차단기가 내려져 있어 차를 가지고 임도를 들어갈 수 없지만 오늘은 개방되어 있다. 더 편하게 가려면 차를 타고 임도를 탈 수 있지만,

"백패커의 자존심이 있지, 완전 날로 먹을 수는 없잖아."

고개에 차를 세우고 잘 포장된 임도 초입으로 접어든다. 

 

 

 

 

 

 

 

 

 

 

 

 

 

 

 

 

 

 

 

잠시 후 풍력 발전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제주도에서도 보고, 선자령에서도 보고 여러 번 봤었지만 매번 가까이서 볼 때마다 거인 같은 덩치에 '와~" 짧은 감탄사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이 곳 발전기는 번호가 이름을 대신하고 있다. 입구부터 1번으로 시작해서 7번까지 한 그룹으로 모여있는데, 6번 발전기 앞으로 시원한 전망이 펼쳐진다. 마침 일몰 시각이라 서쪽 하늘 짙은 회색 구름 사이로 노란 듯 붉은 듯 부드러운 빛깔이 스며 나온다.

 

 

 

 

 

 

 

 

 

 

 

 

 

 

 

 

 

 

 

 

 

 

 

 

 

 

 

 

 


 

 

 

 

일몰이 절정이라 조금 있으면 사방이 어두워질 시각이지만, 우리는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정상은 밟아봐야 하지 않겠냐며 정상으로 향하는 가파른 지름길에 올라섰다. 

 

 

 

 

 

 

 

 

 

 

 

 

30분 가량 제법 경사진 길을 타고 정상에 도착하니 사방이 깜깜하다. 정상석에는 무슨 글씨를 새겨놓았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아직 붉은 기운이 남아있는 서쪽 하늘에는 거친 붓칠을 한 듯 짙게 깔린 구름이 눈 앞에 펼쳐지고, 제법 먼 거리에서 풍력 발전기가 느린 속도로 돌아가며 정적인 풍경에 역동적인 이미지를 불어넣는다. 꽤나 이국적인 풍경이다.

 

 

 

 

 

 

 

 

 

 

 

 

 

 

 

 

 

 

정상석 주변의 공터에는 차를 타고 온 캠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조용히 쉬기는 어려울 것 같아 다시 박지를 찾아 걸어내려갔다. 전망 좋고 평평한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걷다 보니 다시 6번 발전기까지 가게 되었다. 오늘은 6번이 행운의 번호인가 보다.

 

 

 

 

 

 

 

 

 

 

 

 

 

 

 

 

 

 

 

 

 

 

 

 

 

 

 

 

11월 말 높은 고지에서의 밤 날씨는 예상외로 포근했다. 바람을 쐬러 텐트 밖으로 나올 때마다 6번 발전기 위로 별들이 쏟아져 내릴 듯 매달려 있었고, 서쪽으로 횡성 야경이 희미하게 빛나며 어둠 속에서도 눈 앞으로 시원한 전망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텐트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 때는 잘 몰랐는데 잘 준비를 하려고 할 때부터 6번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는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소리가 밤새도록 귀에 거슬렸다. 팬 돌아가는 소리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어느덧 아침이 되었다.

 

 

 

 

 

 

 

 

 

 

 

 

 

 

 

길 건너편 짙게 깔린 구름 사이로 해가 떠오르며 또 다른 하루의 시작을 알려온다. 6번 발전기는 내 귀의 예민함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아침에도 "슝-슝" 소리를 내며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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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 순환도로를 타고 일산 방향으로 가거나, 올림픽 대로를 타고 서울을 가로지를 때 차창 너머 멀리 우뚝 솟아있는 북한산의 모습이 눈에 성큼 들어올 때가 있다. 비록 가까이 보이지는 않지만 멀리서도 웅장하게 서있는 그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북한산 바위 덩어리의 거친 경사를 헐덕거리면서 딛고 올라가 화려하고 거대한 암릉의 모습을 눈앞에서 마주할 땐 공포와 비슷한 경외감을 느끼게 해 준다. 멀리 서든 가까이에서든  늠름하고 빼어난 산세에 부러운 마음 감출 길 없다. 도심 가까이에 이렇게 멋진 산이 있다는 사실에 서울 시민이 부러울 뿐이다.

 

오늘은 북한산 경치를 실컷 보고 싶어 백패킹을 하기로 한다. 국립공원에 속해있는 북한산에서는 백패킹이 허락되지 않는다. 다행히 북한산에서 백패킹을 하지 않으면서 북한산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산이 있으니 바로 노고산이다. 북한산 서쪽, 은평과 양주를 잇는 북한로를 사이에 두고 노고산이 위치해 있다.

 

사실 노고산은 백패커들에게 너무나 유명한 장소다. 블로그에 올라오는 주말 노고산의 풍경 사진들을 보면 마치 캠핑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정상 헬기장은 텐트로 가득 들어찬다.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는 텐트 수가 줄어들긴 하지만 계절에 상관없이 정상 헬기장은 알록달록 텐트의 불빛으로 가득 채워진다.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은 절실하나, 번잡한 야영이 싫어 '언제 가보나' 하고 기회만 노리고 있다 드디어 올 가을 평일 백패킹을 가기로 한다. 지금까지 차를 이용해서 백패킹을 다녔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다.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은 설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조심스럽다. 더군다나 큰 배낭을 메고 버스에 오르내리고,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혹시나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긴장이 된다.

 

 

 

 

 

 

오늘은 은평에서 백패킹을 함께 할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수원에서 은평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고 집 근처 지하철 역에 가서 2번이나 지하철을 갈아타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덜 주기 위해 지하철 맨 끝 칸 벽에 배낭을 내려놓고 번호가 다른 두 지하철 노선을 갈아탈 때에도 맨 끝으로 가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고 또 많이 걸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은평에 도착해서 친구를 만나고 나니 산을 타지 않았는데도 등산한 것처럼 근육에 피로가 쌓이는 느낌이다. 은평에서 목적지까지도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면 산에 도착하기 전에 퍼졌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친구 차로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들머리는 흥국사. 한적하고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차 공간이 있어 훌륭한 들머리 장소가 되어 주는 곳이다.

 

 

 

 

 

 

 

 

 

 

 

 

흥국사를 바라보고 오른편으로 들머리가 있다. 그곳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북한산이 지척에 있건만 화려한 암릉 미를 자랑하는 북한산과는 다르게 노고산은 겉으로 솟아난 바위가 거의 없는 부드러운 육산이다. 덕분에 산행하기엔 수월한 편이다. 가끔 턱밑까지 숨이 차오르는 깔딱 고개가 있지만 그 급경사만 지나면 대체적으로 완만한 오르막, 내리막이 나타나는 코스다.

 

흥국사에서 시작하는 등산코스는 나무숲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구간에서 북한산을 볼 수 있다. 나무 숲 사이로 북한산 사령부의 모습이 보이다가 가끔 조망이 터지는 지점이 있다. 가빠진 숨을 고르고 물 한 모금 마시면서 경치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 하다.

 

 

 

 

 

 

 

 

 

 

 

 

 

 

 

 

 

 

 

 

 

 

제법 오랫동안 걸었다는 느낌에 이제 정상까지 얼마 안 남았겠거니 생각했는데, 아직 1.8 km나 더 가야 한다. 초행길은 실제 거리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건너편으로 북한산 암봉들이 늦은 오후 햇살에 한동안 반짝이다가 그 빛이 점점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마지막 저녁 노을빛에 다시 노랗게 불타오른다. 그 불빛을 마지막으로 사방이 점점 어두워진다. 오랜만에 하는 야등이다. 올봄 4월에 사용한 후 다시 꺼내 든 랜턴 불빛이 꺼져가는 호롱불처럼 영 시원찮다. 5개월 이상 방치하는 동안 건전지가 거의 방전 상태인 줄도 모르고 점검도 하지 않고 무작정 들고 온 내 불찰이다. 다행히 캠우의 랜턴 불빛은 깜깜한 산속에서 자동차 헤드라이트만큼 밝다. 새까맣고 선선한 공기로 가득 찬 등산로를 친구의 랜턴 불빛에 의지해 무사히 정상까지 도달했다.

 

 

 


 

 

 

 

추석이 얼마 지나지 않아 보름달 수준으로 밝은 달이 정상 헬기장에는 아무도 없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 헬기장 구석구석을 비춰주고 있었다. 그 불빛을 조명 삼아 텐트를 설치하고 이제 산속에서 여유를 즐길 시간이다.   

 

비교적 밝지만 새까만 밤하늘에 침침한 듯 시린 달빛. 발 아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땅에서 올라오는 화려한 도심의 불빛. 하늘에서 은은하게 내려오는 달빛과 땅에서 하늘로 침범해 오르는 사람들의 불빛이 만나는 곳에서는 북한산의 실루엣이 또렷하다.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를 중심으로 우뚝 솟은 북한산 사령부. 어두운 밤에도 그 모습은 당당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삼각산이라는 옛 이름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직관적이고 절로 고개가 끄덕이는 이름이다. 언제부터 이름이 변경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눈 앞에 펼쳐진 그 모습을 보면서 입에서 자연스레 튀어나온 이름은 "삼각산".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눈 아래에 펼쳐지니 마치 그 세상을 잠시 떠나온 기분이다. 반복되는 일상과 사람, 차들로 북적대는 번잡함을 두고 이렇게 산상 세상으로 올라오니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서늘하고 맑은 밤공기도 정상에 가득하여 상쾌함을 더욱 부추기고, 정신은 맑고 또렷하다. 정신만 또렷한 게 아니다. 뱃속도 허기가 졌음을 또렷하게 알려오고 가볍게 준비한 저녁은 역시나 꿀맛이다. 수저를 챙기지 않아 친구의 나무젓가락을 빼앗다시피 집어 들고 먹어서 더 맛났는지도 모른다.

 

남자들의 수다 시간은 끝나고 잠자리에 들었다. 막 잠들었나 싶었는데 그 야밤에 한 분이 홀로 올라오셨다. 이 곳은 평일에도 전세캠이 쉽지 않은 곳임을 새삼 깨닫는다.

 

 

 

 

 

 

 

 

 

 

 

 

 

 

 

 

 

 

 

 

 

 

 

 

 

 

 

 

 

 

 

 

 

 

 

기나긴 어둠의 시간이 지나고 동틀 시간이다. 북한산 사령부 동쪽으로 붉은 기운이 깔린다. 인공의 색 재료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을 듯하다. 색감이 이렇게 고울 수가 없다. 붉은 기운은 서서히 노랗게 변하더니 둥그런 불덩어리가 드디어 치솟아 오른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동안 자연은 매일 태양을 하늘에 올리기 위해 긴 시간을 뜸 들이고 색을 바꿔가며 하늘을 덧칠하는 세심한 정성을 보인다.

 

 

 

 

 

 

 

 

 

 

 

 

 

 

 

 

 

 

 

 

 

 

 

 

 

 

 

 

 

 

 

 

 

 

 

 

 

 

 

아랫동네도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높이 솟은 태양 아래 북한산의 모습이 또렷하다. 서둘러 철수 준비를 마치고 이제 하산하기로 한다. 하산하는 동안에도 계속 눈에 들어오는 북한산의 모습. 이번 산행을 하는 동안 원 없이 쳐다보아서 당분간은 그리운 마음이 덜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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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수도권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7월 첫 주말, 박 배낭을 둘러매고 가평 어느 작은 계곡으로 찾아들었다. 35도를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지만 한여름처럼 습도가 높지 않아 그늘진 계곡으로 들어서자 산행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기온이 적당히 내려간 느낌이다. 

 

이 곳은 물놀이를 할 정도로 큰 계곡이 아닌 데다, 장마가 시작되었다고는 하나 장마에 걸맞은 비가 한 번도 내리지 않아 계곡에 수량이 적다. 한여름 풍부한 수량으로 흘러내리는 시원함이 없어 아쉽기는 하나, 계곡을 따라 난 길을 걸으며 듣는 계곡물소리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이듯 귀를 편안하게 만든다. 

 

 

 

 

 

 

 

 

 

 

 

 

 

 

 

 

 

 

 

 

 

 

 

 

 

 

 

 

 

 

 

 

 

 

 

 

 

계곡을 따라 난 길이 만만치가 않다. 산세는 부드러운 육산으로 보이나,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골짜기에는 바위가 많다. 경사진 바위골 사이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이라 자칫 발을 헛디디면 계곡 아래로 떨어질 수 있어 한 발 한 발 조심히 내딛는다. 가끔은 두 발로는 도저히 지나갈 수 없어 손까지 사용해 겨우 지나가야 하는 곳도 있다. 

 

바위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은 급경사 바위에서 작은 폭포가 된다. 그 폭포 아래에는 어김없이 소(沼)가 있어 그곳으로 뛰어들라고 우리를 유혹한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정도로 덥지 않지만, 무거운 박 배낭을 메고 계곡길을 오르느라 등에 땀이 흥건하다. 배낭을 내팽개치고 당장이라도 입수하고 싶지만 챙겨 온 여벌의 옷이 없어 시원한 계곡물에 손을 담그고 세수를 하며 뜨거운 몸속의 열을 빼낸다.

 

 

 

 

 

 

 

 

 

 

 

 

 

 

 

 

 

계곡 옆 좁다랗고 가파른 길을 가다 보면 가끔은 희미해서 길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 가고, 계곡을 건너야만 다시 길이 이어지는 곳이 여러 번 있어 길이 없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도 해보지만, 신기하게도 길은 계곡을 따라 쭉 이어진다. 그 좁다란 길을 따라 곳곳에 조그만 폭포와 소가 나타나 지겨울 틈이 없다. 

 

 

 

 

 

 

 

 

 

 

 

 

 

 

 

 

 

 

 

 

 

 

 

 

 

 

 

 

 

 

 

 

 

 

 

 

 

 

한 참을 올라가도 수량이 줄지 않고 물은 쉼 없이 흘러내린다. 길 옆으로 잣나무가 제법 보이기 시작한 후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한다. 계곡을 앞으로 두고 계단식으로 된 잣나무 숲이 오늘의 박지다. 

 

배낭을 내려놓고 텐트를 치기 전에 의자와 테이블을 꺼낸 후 막걸리부터 시원하게 한 잔 꿀꺽 들이켠다. 산행 후 마시는 막걸리 맛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다. 오늘은 잣나무 숲에서 마시는 잣막걸리다. 그 맛을 도저히 표현을 할 수가 없어 "카아~" 감탄사만 시원하게 내뱉을 뿐이다.

 

 

 

 

 

 

 

 

 

 

 

 

 

 

 

 

 

 

 

 

 

 

 

 

 

 

 

 

 

 

 

 

 

 

 

 

 

 

 

 

 


 

 

잣나무                     

학명: Pinus koraiensis

영문명: Korean nut pine or Korean white pine

위키백과 설명: 구과목 소나무과 식물로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 극동러시아, 일본 혼슈와 시코쿠에 분포하며, 한국에서는 대부분 고산지대에서 자생하고 있다. 수고는 30m가 넘게 자라며 흉고직경 역시 1m가 넘게 자란다. 한대성 수종으로 남해안과 제주도 같은 온대성 지방에서는 생육이 불량하다. 목재는 건축(건구, 내장), 가구, 포장, 합판, 펄프, 목탄으로 이용되며, 열매는 식용 혹은 약용으로 쓰인다. 

 

 

한대성 식물이다 보니 우리나라의 경우 평안도, 함경도에 주로 분포하고 남한의 경우 경기 북부와 강원도에 주로 자란다. 그중 가평이 잣열매 생산지의 40~45%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가평에는 백패커들에게 잘 알려진 잣나무 숲이 꽤 많다. 연인산, 서리산, 축령산, 대금산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고, 이 잣숲 대부분은 화전민들이 살던 곳을 강제 이주시킨 후 잣나무 숲을 조림하여 평평하거나 계단식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가 찾은 이 곳도 계단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여기저기 돌로 쌓은 흔적이 있어 화전민들이 살던 곳인 듯하다. 

 

잣나무 숲은 백패커들에게 인기 있는 박지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몇 가지로 추려본다면 다음과 같다.

 

●  쭉쭉 곧게 뻗은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아늑함 (시각)과 푹신한 바닥 (촉각)

 

일직선으로 30미터까지 높이 자라는 잣나무를 우러러보면 경외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키다리 나무들 사이에 자리를 잡아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자연의 일부가 된 듯 겸손해지기까지 한다. 뿐만 아니라 높은 곳에서 햇빛을 가려주니 아래쪽에서는 쉬기 좋은 그늘이 충분히 만들어진다. 

 

 

 

 

 

 

 

 

 

 

 

 

 

 

 

 

 

 

 

 

잣나무 아래 그늘이 많은 이유가 또 있는데 그건 바로 잎의 개수에 있다. 소나무 잎 2개, 리기다소나무 잎 3개, 잣나무 잎은 무려 5개다. 잎이 많다 보니 그늘을 더 만들어내는 건 당연한 이치. 그늘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충실히 한 후에는 바닥에 수북이 쌓여 양탄자처럼 푹신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텐트 안에 누웠을 때 등이 배기지 않고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그늘이 많고 바닥에 솔잎이 여러 겹 깔리다 보니 잣숲에는 잡목이 상대적으로 잘 자라지 않는 듯하다. 인공조림인 이유가 크겠지만 아무튼 잣나무 특성으로 인해 잣숲은 여러모로 깔끔한 인상을 많이 준다.  

  

 

 

 

 

 

 

 

 

 

 

 

 

 

 

 

 

 

 

 

 

 

●  잣나무에서 뿜어 나오는 상쾌한 피톤치드 냄새 (후각)

 

이른 아침부터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산 정상과는 다르게 잣나무 그늘 사이로 조심스레 스며드는 햇살로 조금 늦게 둘째 날의 여행 일과가 시작된다. 텐트 문을 열었을 때 코끝으로 전해져 오는 상쾌한 잣나무 숲 향은 백패커들이 잣숲을 찾는 또 다른 이유다. 후각이 가장 강력하게 인간의 뇌를 자극하는 감각이라고 한다 (책 '자연이 마음을 살린다"에서 인용). 그래서인지 잣잎이 푹신하게 깔린 바닥에서 올라오는 구수한 흙냄새와 수백 그루 잣나무 숲에서 발생하는 상큼하고 시원한 느낌의 이 향은 단번에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매일 아침 이런 기분 좋은 향기를 맡으며 일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제 잣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의 양은 편백나무나 구상나무 등에 비하면 많지 않다고 한다. 

편백나무 > 구상나무 > 삼나무 > 전나무 > 잣나무, 소나무 

 

피톤치드 양을 떠나 잣나무 숲에서 맡는 상쾌하고 근사한 향기는 꽤나 강렬하고 인상적이어서 잣나무 숲을 한 번 찾으면 그 매력에 푹 빠져 다시 찾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평평하고 푹신한 바닥에 등을 대고 푹~ 잘 잤다. 기분 좋은 향이 사방에 진동을 하고, 조용한 클래식 같은 계곡물소리와 새소리가 들려오는 오감이 만족스러운 아침이다.

 

핸드폰 전파도 못 미치는 곳이라 오지에 온 듯한 느낌이 강하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아니 온 듯 자리를 말끔히 정리한 후 문명의 세계로 향해 다시 아슬아슬한 계곡길로 발을 내딛는다.

 

 

 

 

 

 

 

 

 

 

 

 

 

 

 

 

 

 

 

 

 

 

 

 

 

 

 

 

 

 

 

 

 

 

 

 

 

 

 

 

 

 

 

 

 

 

 

 

 

 

 

시원한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무사히 이 계곡을 빠져나왔다. 계곡 트래킹의 묘미와 잣나무 숲의 안락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었던 백패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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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딸과 백패킹을 떠나기로 했다. 기억에 남을 아빠와의 추억을 딸에게 만들어 주기 위해, 집에만 있기에 너무 아까운 모처럼 생긴 아빠의 3일 휴일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다. 

 

딸과 백패킹을 나설 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장소 선정, 음식 정하기 등 준비 사항을 딸 기준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아빠 마음 같아선 스트레스를 날린 멋진 전망과 아름다운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산 정상으로 가고 싶지만 그랬다간 다신 아빠와 같이 가지 않겠다고 할 게 뻔하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멀지 않으면서 접근이 용이한 곳을 찾아야 했고, 선택할 곳이 많지 않았다. 맨 처음 백패킹을 했던 강천섬을 갈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어 찾다 찾다 결정한 곳이 용인 임도길이다.

 

 

 

 

 

 

 

딸이 짊어 멜 배낭은 속이 꽉 차 보이지만 침낭 하나가 전부다. 나머지 짐은 온전히 아빠 몫이다. 새로 사들인 백패킹 배낭에 나머지 짐을 채우다 보니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82리터 용량을 초과하게 되고, 무게도 무려 23 kg에 육박한다. 뭐 괜찮다. 된비알을 오르지도 않을 것이고 한 시간 이상 걸을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하룻밤 묵을 살림살이를 챙겨야 하는 백패킹 특성상 출발 전까지 정신이 없다. 혹시 빼먹은 준비물은 없는지 다시 들여다 보기도 하지만, 백패킹 장소에 도착해서 배낭을 풀어보면 챙기지 못한 건 늘 생긴다. 그것이 김치일 때도 있었고, 쌈장을 안 챙긴 적도 있었지만, 하루 없다고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아쉬움이 긴 여운을 남기기는 하지만. 

 

 

 

이번에도 뭐 빠진 건 없겠지 약간의 불안감을 갖고 출발을 한다. 1시간 정도 운전을 하고 철쭉이 여기저기 피어 있는 조그만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5월 중순 주말 날씨치곤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고 있었고, 주차장 건너편 소나무 숲에는 이 맘 때쯤 한창인 송화가루가 여행을 떠나려는 듯 살랑이는 바람에 몸을 싣고 공중부양을 하고 있었다. 

 

 

 

 

 

 

 

 

 

 

 

올해 1학기 반장을 맡고 있는 둘째는 백패킹을 떠나기 전 오전에 학교에서 하는 리더십 캠프를 다녀왔다. 거기서 무슨 수업을 들었는지 오늘따라 유난히 딸은 걷고자 하는 의욕이 대단했다. 산 꼭대기에 올라가도 좋을 것 같다고도 했고, 처음 계획했던 거리보다 더 걸을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다. 

 

애초 계획은 1시간 이내로 걷는 것이었는데, 더 걷자는 딸의 제안에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 기존 목적지를 지름길로 빨리 가기로 하고, 임도 중간에 있는 데크를 목적지로 바꿨다. 

 

 

 

 

 

 

 

 

 

 

 

 

 

 

 

 

 

지름길인 만큼 산길처럼 오르막 경사가 장난이 아니었다.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오르막길이었지만 20킬로가 넘는 박배낭을 메고 오르는 동안 땀구멍이 활짝 열린 듯 땀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몸이 적응하기도 전에 만난 오르막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조금씩 꾸역꾸역 올라갔다. 

 

 

 

 

 

 

 

 

 

 

 

 

 

 

 

 

 

 

 

그렇게 올라간 오르막 끝은 공원처럼 잘 꾸며져 있었고, 그 공원은 임도와 연결되어 있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시야가 확 트이고 조그만 동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박지로도 손색이 없었다. 그렇지만 변경된 계획대로 이 곳에서 잠시 땀만 식히고 난 후 본격적으로 임도길을 걷기 시작했다.

 

 

 

 

 

 

 

 

 

 

 

 

 

 

5월 초만 해도 연둣빛 조그만 잎들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느낌이더니 그 연둣빛은 금세 녹색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잎 크기도 벌써 다 자란 듯했다. 덕분에 숲 사이 뚫린 임도길에는 제법 그늘이 드리우고 있었다. 

 

사방이 온통 녹색 투성인 그 임도길이 맘에 들었다. 초입에 들리던 차 소리도 숲 속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멀어지고, 대신 새소리, 벌레소리가 또렷이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 구경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토요일 늦은 오후 임도길을 걷는 동안 초반에 중년 부부를 만난 후 보이지 않았다. 이 시간만큼은 산등성이 위 임도는 우리 부녀를 위해 펼쳐진 길임이 틀림없었다.  

 

딸과도 주로 자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임도 초반엔 잣나무가 자주 보여 상록수가 무슨 뜻이고 어떤 종류의 나무가 있는지 설명을 해 주었고, 떡갈나무가 왜 그런 이름이 생겼는지를 배운 딸이 이번엔 나에게 설명해 주기도 했다. 또 애기똥풀을 꺾으면 나오는 노란색 물이 매니큐어처럼 바를 수 있다고 말하면서 같이 찾아보자고 했지만 5월 초중순 산속엔 노란색 꽃은 민들레 빼고는 찾기 쉽지 않았다.

 

민들레 꽃이 지고 난 후 그 자리에 생긴 둥근 흩씨가 길가엔 흔하게 보였다. 그걸 볼 때마다 딸은 스틱으로 치면서 그 흩씨를 흩뜨려 놓았다. 멀리멀리 날아가 더 많은 민들레가 피었으면 좋겠다면서. 걷다가 심심해지면 하늘을 쳐다보며 구름이 어떤 모양인지 상상을 하기도 했다. 미세먼지가 조금 있는 날이었지만 숲 위로 보이는 하늘은 마냥 푸르기만 했다.

 

 

 

 

 

 

 

 

 

 

 

 

 

 

 

 

 

 

서두를 필요 없이 임도 여기저기 구경을 하며 천천히 걷다 보니 우리가 머물고자 했던 데크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데크에는 남자 두 명이 벌써 텐트를 치고 자리 잡고 있었다. 멀리서 볼 땐 분명히 비어있던 데크였는데 우리가 여유롭게 걷는 동안 그 데크를 차지했다 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나는 딸을 바라보면서 또 다른 데크가 있긴 한데 지금까지 걸어온 것보다 더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괜찮아, 아빠, 더 걸어갈 수 있어"  여전히 자신감 충만한 말투로 딸이 말했다.

 

 

잠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길은 곡선을 그리며 숲 속 저편으로 사라지는 듯 보였지만 코너를 돌면 이전과 비슷한 구부러진 길이 다시 나타났고 끝이 없는 듯 이어졌다. 길 옆으로는 낙엽송이 큰 키를 자랑하듯 쭉쭉 뻗어있었고 코너를 돌 때마다 쉽게 눈에 띄었다.

 

 

 

 

 

 

 

 

 

 

 

 

 

 

 

 

 

 

 

 

 

 

 

 

해는 산등성이를 넘어가 조금씩 그 빛을 잃어가는데 구부러지는 길과 낙엽송은 끝없이 나타났고, 딸과 끝말잇기를 하면서 그 지루한 풍경을 지나쳤다. 한 번 말했던 단어가 다시 나오고 어떤 단어는 이전에 언급이 되었는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끝말잇기는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서쪽 하늘에 낙조마저 사라지려고 할 즈음 또 다른 데크에 결국 도착했다. 

 

 

 

 

 

 

 

 

 

 

 

 

 

 

 

 

 

 

 

 

 

 

 

 

 

 

텐트를 치고 짐을 정리하니 사방이 어두워졌다. 근처 마을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없었다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제법 무서울 뻔했다. 이제 저녁을 먹을 시간. 배낭에서 음식을 꺼내다 이번 백패킹에서 빼먹은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오늘 저녁 주 메뉴인 라면을 놓고 온 것이다. 앗차-차!

 

 

 

 

 

 

 

 

 

 

 

 

 

 

아빠는 20 kg가 넘는 배낭을 메고, 딸은 작은 체구와 짧은 다리로 6 km 거리를 두 시간 넘게 걸어 체력이 방전이 된 상태에서 라면이 없다는 사실은 그나마 도착했다는 안도감으로 가득 차 있던 우리를 멘붕 상태로 만들었다. 한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여러 가지 대안이 머릿속을 들락날락한 끝에 나는 랜턴을 집어 들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가 머물 데크는 등산로와 인접해 있었고, 마을과의 거리가 멀지 않은 편이었다. 한 손은 랜턴을 들고 다른 한 손은 딸의 손을 꼭 잡고 깜깜한 어둠을 뚫고 경사가 가파른 등산로를 내려갔다. 동네 마트에서 라면을 사고 다시 가파른 등산로를 오르니 식었던 등에서는 다시 땀이 솟구쳤고, 데크에 도착해서도 한 동안 거친 숨을 내뱉어야 했다. 

 

예상보다 먼 거리를 걸어왔고, 의도치 않은 야등까지 하느라 저녁을 먹고 나니 시간이 벌써 10시를 훌쩍 넘어가 있었다. 대충 정리를 마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여유도 없이 우리 부녀는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등산로와 인접한 데크에서 잠을 자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온 것인지 낯선 곳이라 그런 것이지 밤새 여러 번 잠에서 깼다. 그때마다 부엉이, 비둘기, 여러 새소리가 적막한 산속에 울려 퍼졌다. 아침이 되어서도 일찍부터 올라오는 등산객들은 없었고, 산속 임도는 새소리를 제외하곤 고요하기만 했다. 

 

자고 있는 딸을 깨운 후 귀가 준비를 마치고 어제 걸어왔던 임도를 다시 걸었다. 구부러진 길 옆으로 낙엽송이 다시 나타났다. 어제와 같은 구도였지만, 아침 햇살을 받아 따스함이 느껴지는 임도 풍경에 기분이 좋아졌다. 햇빛에 반짝이는 푸른 잎사귀들, 새들의 합창 공연, 구부러진 임도 가장자리에 설치된 빈 벤치마저 정겹게 다가왔다. 하지만 다시 그 긴 거리를 걸어 되돌아가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지도에서 본 중간 탈출로를 어렵게 찾아 단숨에 마을로 내려왔다. 

 

 

 

 

 

 

 

 

 

 

 

 

 

 

 

 

 

 

 

 

 

 

8킬로가 넘는 긴 거리를 아무런 불평 없이 걸었고, 아빠가 뭘 안 챙겨 와도 화를 내지 않았던 딸이 무척 고마웠다. 평소 같았으면 힘들어하고 짜증을 냈을 터인데, 리더십 캠프에서 뭘 배웠는지 궁금했다. 딸은 거기에서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에 대해 배웠단다. 통솔력, 정직, 인내심, 공감능력, 등등. 아빠와 백패킹을 하는 동안 캠프에서 배운 인내심을 시험해 보고 싶었고 그 때문에 불평 없이 잘 걸을 수 있었다고. 교육의 힘이 대단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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