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캠핑이다.
큰 애 학원이 토요일에는 12시에 끝나는 관계로 집에 오자마자 출발을 했다.
큰 딸이 이제 중 3이라 같이 캠핑을 가는 것에 고마워해야 할 나이가 되어 버렸다.
물론 첨부터 선뜻 캠핑을 간다고 한 건 아니지만,
학업으로 이래 저래 바쁜 시절에 결국 같이 캠핑을 간다고 한 것에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데 차가 너무 막힌다.
정오가 지나면 영동고속도로 교통 체증이 좀 풀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막힌다.
늦게 출발을 했는데, 차도 막히니 캠핑갈 맛이 안 난다.
이렇게 막히면 캠핑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여러 번 머릿속을 맴돌았다.
다행히 용인을 벗어나자 마자 길어 뻥 뚫리더니2시간 안걸리는 거리를 3시간 걸려 결국 도착했다.
차가 막힐 땐 캠핑이고 뭐고 다 싫더니
캠핑장에 도착하면 신기하게도 기분이 마냥 좋아진다.
15번 사이트에 짐을 옮겨 어느 정도 정리를 끝내고 휴식을 취하니
역시 캠핑을 잘 왔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간만에 집을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와서 그런 건지...
아무튼 캠핑이 가지는 매력이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건 분명하다.
간만의 캠핑에 애들도 캠핑장에서 놀 준비를 좀 해서 왔나 보다.
발목 줄넘기도 하고 비눗방울 불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어느 정도 쉬었다 생각이 들자 애들한테 짧은 등산을 하자고 꼬신다.
늦게 도착한 것도 있고, 이제 애들한테 긴 코스로 산책을 하자고 해도 잘 먹히지 않는다.
그렇게 캠핑장 주변과 계곡을 한 바퀴 도는 산책을 한다.
계곡으로 내려오니 옛날 이 곳에서 물놀이하던 기억이 새록 떠오른다.
2015년 여름이 이 곳에서 물놀이하고 거의 6년 만에 이곳을 찾은 셈이다.
애들은 6년 동안 부쩍 자랐는데, 아담하고 깨끗한 계곡은 예전 그대로다.
계곡에서 캠핑장으로 돌아와 6년 전 사진 촬영을 했던 곳에서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작년 덕주 야영장에서 한 번 해봤는데 세월의 변화를 볼 수 있어 꽤 재미난다.
이제 애들에게 휴식 시간을 주고 부부끼리만 산책을 이어가기로 한다.
캠핑장을 지나 계곡을 따라 난 길을 걷는다.
인적 뜸하고 차가 다니지 않는 이 길은 언제 걸어도 좋다.
사람 소리, 자동차 소리 대신 물소리, 새소리만 고요하게 산속에 울려 퍼진다.
계곡 가에 새로 돋아난 나뭇잎과 꽃들을 보니 강원도 산속에도 확실히 봄이 왔다.
긴 오르막 끝에 영원사에 도착했다.
영원사에서 바라보는 치악산의 산세는 포근하고 따스하다.
연륜 있는 절들은 명당에 자리한다는데,
잘 알진 못하지만 이곳도 치악산의 남쪽 산세가 절을 포근하게 감싸는 명당자리다.
가는 길에 봤던 풍경들이지만,
돌아가는 길에도 계곡 풍경은 정겹기만 하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애들이 기다리고 있는 캠핑장으로 서둘러 돌아간다.
먼 길을 달려 24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을 캠핑장에서 보내기 위해 온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온 가족이 마주 앉아 평소에 나누지 못하는 얘기를 나누고,
야외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핸드폰을 제쳐두고 몸을 움직이는 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캠핑은 의미가 충분하다.
큰 애가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캠핑을 하기가 더 힘들어지겠지만,
기회가 되는 대로 캠핑을 하며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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