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정이 없는 유월 첫날 토요일.
햇볕이 조금 따가운 것 빼면 맑고 화창해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
이런 날씨에 집에서 주말을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가족들에게 강천섬으로 소풍을 가지고 꼬드긴다.
강천섬에서 삼겹살을 맛있게 구워먹고, 자전거도 실컷 탈 수 있다는 말로 설득에 성공하고 오후 느지막이 강천섬으로 향한다.
우리 가족에게 강천섬은 소풍 장소로 제격인 곳이다.
집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멀지 않은 거리에 예약이 필요없어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게다가 조그만 카트만 있다면 필요한 짐을 카트에 올리고 20분 정도 평탄한 길을 걸어가면 되기 때문에
산속 백패킹보다 장비에 대한 제약도 덜한 편이다.
거기에다 용무를 볼 수 있는 화장실까지 있으니 우리 가족에겐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곳이다.
늦은 4월 목련이 굵은 꽃봉우리를 활짝 열어 그 새하얀 자태를 뽐낼 때,
중간을 가로지르는 길 옆 은행나무 잎이 온통 노란 빛으로물들어 가는 10월 말에
강천섬이 제일 아름답다고 한다.
강천섬에 여러 번 가보았지만 4월과 10월에 갈 기회가 없었다.
그 때 쯤이면 기온이 내려가는 밤에는 제법 쌀쌀해
방한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우리 가족에겐 무리라고 판단해서일 것이다.
우리 가족은 초여름, 그리고 늦여름에만 강천섬을 찾았었다.
제일 아름답다는 4월과 10월의 강천섬을 두 눈으로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초여름의 강천섬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학교 운동장보다 몇 십배는 넓은 초록빛 대지가 여유롭게 다가오고,
섬 가장자리에는 키다리 나무들이 햇볕을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그늘을 만들어 내며,
자세히 보지 않으면 흘러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소리없이 유유히 흘러가는 검푸른 남한강 물줄기를 보고 있으면
조급함으로 짓눌렸던 마음이 평온해진다.
작년에는 없던 큰 주차장이 새로 생겼다.
자전거 대여를 할 수가 있고 전용택시도 운행하는 것이 또 다른 변화다.
큰 주자장에는 차들이 반 이상 들어차 있는 걸 봐선 오늘 강천섬을 찾아든 사람들이 제법 많은가 보다.
강천섬과 제일 먼 쪽에 남은 자리에 주차를 한 후 우리 부부는 배낭을 메고, 애들은 자전거를 타고 섬으로 가는 다리를 건넌다.
늦은 오후지만 해는 어김없이 서쪽으로 기울어져 가며 긴 그림자를 만들어 내지만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 넓은 잔디밭에 우리 가족 텐트칠 곳은 반드시 있을테고,
어두워지더라도 길을 잃을 가능성도 적어 흐르는 강물마냥 유유히 섬으로 걸어들어간다.
주차장에 많은 차들을 보고 예상했던 대로 오늘 강천섬에 텐트수가 상당히 많다.
화장실 주변으로 텐트들이 몰려 있고, 중앙을 가로지르는 은행나무길 옆으로도 텐트들이 제법 들어찼다.
작년에는 화장실과 거리가 상당히 먼 강변 쪽으로는 드문드문 텐트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늘은 이곳에도 텐트의 수가 적지가 않다.
비록 애들 자전거지만 덕분에 화장실과의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호젓한 강변 쪽 빈자리를 찾아 우리의 하룻밤 보금자리가 될 숙소를 세웠다.
서쪽에는 하루 종일 밝은 기운을 쏟아부었던 해의 여운이 오랫동안 붉으스레 남아있더니
어느새 강천섬에도 어둠이 찾아들었다.
그 어둠 속에서 불을 밝힌 수 많은 텐트들이 남한강 한가운데 떠있는 섬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은은한 텐트 색을 비춰주고 있었고,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인공적인 불빛을 비웃기라도 한 듯 초롱하고 맑은 빛을 밤새 잃지 않았다.
늦은 저녁까지 섬 구석구석 자리잡은 사람들의 수다떠는 소리가 들렸지만,
넓은 대지의 너그러움과 섬을 에워싸고 흐르는 커다란 물줄기가 그 소리를 빨아들였는지 소란스럽지 않았다.
그러한 대자연의 비호 속에서 우리 가족도 즐겁고 여유롭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아침이 밝았다.
남한강의 물줄기는 어제와 같이 소리없이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고, 너른 평지에도 여전히 여유로움이 가득 묻어났다.
이 곳에서 자연의 흐름과 비슷하게 느려졌던 삶의 속도가 이곳을 떠나면서 다시 빨라질 것이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마음이 답답해질 때면 이 곳을 다시 찾아 다시 그 속도를 원하는 대로 늦추고 싶다.
[ 브런치에서 옮김 ]
https://brunch.co.kr/@kony357/5
강천섬으로 가족 나들이를 떠나다
강천섬 가족 백패킹 | 특별한 일정이 없는 유월 첫날, 토요일이다. 햇볕이 조금 따가운 것 빼면 맑고 화창해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 이런 날씨에 집에서 주말을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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