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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백패킹을 나선다. 

 

백패킹 친구와 단 둘이 조심스레 용문산 자연휴양림에서 산행의 첫 발을 내딛는다. 

 

 

 

 

 

 

 

 

등산로 주변 여기저기 구절초가 피어있다. 

 

아! 가을이다.

 

가을이 왔다는 걸 머리로 아는 것과 감각으로 느끼는 건 시간차가 나기 마련이다.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눈여겨보면 한 송이 한 송이 기쁨으로 다가온다.

 

벌꿀과 이름 모를 곤충도 사진 찍히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꿀을 빨아댄다.

 

 

 

당시 내 정신 상태를 보여주듯 삐딱하게 찍힌 계단 사진

 

 

 

낮은 산이건 높은 산이건 박배낭을 메고 오르막을 오를 땐 언제나 부담스럽다.

 

박배낭에 짐을 쑤셔 넣은 건 나인데, 왜 이렇게 애먼 박배낭이 원망스러운지.

 

공짜는 없다. 안간힘을 내며 묵묵히 올라가는 방법뿐이다.

 

이렇게 고행의 시간을 버텨야만 목적을 완수했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시원스럽고 아름다운 풍광을 만날 수 있다. 

 

 

 

 

 

 

 

 

헬기장을 지나 완만한 능선길이 펼쳐지는 듯하다가, 이내 다시 급경사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조망이 조금씩 트이고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전 오르막보다는 더 기운이 난다. 

 

 

 

 

 

 

 

 

 

 

그렇게 드디어 도착한 백운봉 정상.

 

시원스러운 조망이 고생해서 올라왔다는 생각을 한 방에 잊게 만든다.

 

 

 

 

 

 

 

 

 

 

북한강을 끼고 자리 잡은 양평 읍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왼 편으로 2년 전 힘겹게 올라갔던 용문봉 정상이 웅장한 자태로 서 있다. 

 

 

 

내가 기대했던 그런 풍경이긴 한데,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제법 세다. 

 

바람 불고 날씨가 흐리다는 건 다음 날 일출도 운해도 꽝이란 얘기다. 

 

쩝.

 

아쉬움을 달래며 텐트를 치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 놔! 예상치 못한 기상 악화에 헛웃음만 나온다. 

 

새옹지마라 했던가.

 

이내 거센 바람이 빗물을 머금은 짙은 먹구름을 다시 저 멀리 보내버리기 시작한다.  

 

 

 

 

 

 

 

 

 

 

10월 초 바람 부는 산 정상에서는 밤기온이 사정없이 내려갔다.

 

밖에서 저녁을 먹으려던 계획을 접고

 

좁은 텐트 안에 오밀조밀 앉아 준비해 간 음식을 맛나게 해치웠다. 

 

 

 

 

 

 

 

 

 

 

 

야경 구경하러 나갔을 때에도 하늘이 잔뜩 흐리더니

 

산상 만찬을 마치고 잘 준비를 하러 텐트 밖을 나오니 어느새 보름을 지난 달이 밝게 하늘에 걸려 있었다.

 

운이 좋으면 내일 아침 일출을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하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어젯밤까지 하늘을 메우던 구름이 아침이 되니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한 동안 지속되던 고요한 여명의 시간이 지나고 서서히 동이 트기 시작한다. 

 

 

 

 

 

 

 

 

 

 

 

 

 

일출과 함께 아랫마을 세상도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한다. 

 

 

 

 

 

 

 

 

 

 

 

 

밤사이 텐트 위에 내려앉은 서리가 얼어붙었다. 

 

가을이 이제 오나 싶었는데 앞으로는 겨울 장비를 챙겨야 할 듯하다. 

 

 

 

월요일 이른 아침인데 철수하는 도중에 등산객이 한 분이 벌써 올라오셨다.

 

서둘러 정리를 마치고 바로 하산을 하기로 한다. 

 

 

 

 

 

 

 

 

 

 

올라갈 때 지나쳤던 헬기장에 잠시 들렀다. 

 

헬기장에서는 하룻밤 머물렀던 백운봉이 눈 앞에 웅장하게 우뚝 솟아있다. 

 

몇 안 되는 백운봉 정상 데크에 자리가 없을 땐 이 곳도 박지로써 괜찮은 선택일 듯싶다. 

 

 

 

 

 

 

 

 

 

 

 

 

어제보다 더 여유있는 모습으로 다가오는 가을 야생화.

 

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 개미취 ...

 

구절초를 빼곤 구분하기 여간해서 쉽지 않은 가을꽃들.

 

어느 시인은 구절초와 쑥부쟁이 구분 못한다고 뭐라 하던데

 

생김새가 너무 비슷해 구분하기 정말 쉽지 않다.

 

 

들머리에서 야생화를 보며 시작한 등산은 다시 야생화를 보며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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