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러 번 설악동 야영장에 가족 캠핑을 가려고 했었는데 계속 못 가는 상황이 발생했었다.
5월 초에 예약을 했다가 강풍이 예보되어 취소를 여러 번 했었고,
연휴가 많은 10월에 가려고 했다가 비 예보가 있어 취소를 한 적도 있다.
이번 개천절 연휴에 가려고 설악동 야영장 예약을 하고 코로나 때문에 가야 하나 망설이다가,
내년이면 중 3이 되는 큰 딸 때문에 장거리 캠핑은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게 분명하고,
이번 기회가 아니면 가족끼리 설악산 구경을 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 고민 끝에 캠핑을 강행하게 되었다.
작정을 하고 아침 일찍 출발을 해서 교통체증 없이 양양에 무사히 도착했다.
마침 장날인 양양 전통 시장에서 길거리 음식으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주전골 트래킹을 위해 오색 약수터로 향했다.
연휴 첫날 차가 많이 막혀 오전에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건 한참 빗나간 착각이라는 것을 자동차로 가득 찬 주차장을 보고 깨달았다.
다시 차를 되돌려 제법 아래 쪽에 위치한 버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본격적인 트래킹을 시작했다.
길가에는 코스모스, 구절초 등 가을꽃들이 한창 피어있고,
저 멀리 보이는 남설악 바위 덩어리들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우뚝 솟아 있다.
우리 가족이 다녀올 코스는 오색 약수를 시작으로 용소 폭포까지 왕복 코스로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왕복으로 치면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경사가 완만한 길이 대부분이라
그리 힘들지 않게 설악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다.
옥빛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끼고 평탄한 길이 이어지다가
성국사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바위들의 향연이 시작된다.
남설악의 아름다운 모습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마침 날씨도 화창해서 더욱 환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가족과 오랜만에 걷고 있다는 생각에 행복함이 한없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러한 행복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아빠는 사방으로 펼쳐진 선경에 감탄사를 내뱉고 있는데, 둘째는 그런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나 보다.
코스의 절반도 가지 않아 다리가 아프다고 그만 돌아가자고 투덜대기 시작한다.
에효. 매번 가족 트래킹이나 등산을 가면 둘 중 한 명이 꼭 투정을 부리며 분위기를 깨는데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나선 트래킹이라 그걸 잠시 잊었었다.
본인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둘째는 제대로 화가 났는지 먼저 후다닥 앞서 가버린다.
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걷고 걸으니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용소 폭포에 도착했다.
둘째를 제외한 세 명이서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혼자서 먼저 되돌아가기 시작한 둘째를 쫓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둘째를 따라잡으려고 서둘러 돌아가는 와중에도 설악의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기만 하다.
성국사 앞에서 둘째를 다시 만났다.
그 사이 화가 좀 풀렸는지 기분이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가족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일도 생기고 하는 거라 맘 편히 생각하기로 하자!
아무튼 이렇게 우리 가족 주전골 트래킹은 무사히 (?)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주전골을 벗어나 이제 우리가 하룻밤 머물 설악동 야영장으로 향한다.
코로나 거리두기로 입실 시간이 철저하다.
발열 체크를 하고 3시가 되어서야 캠핑장에 입장을 했다.
이런 게 좀 불편하긴 하지만 대신 전체 사이트에 절반만 예약을 받아 호젓한 캠핑을 할 수가 있다.
전기가 들어오는 A 사이트는 사이트 수가 많지 않은 데다 절반만 예약을 받는 상황이라
치열한 예약 전쟁에서 실패를 하고, 조금 한적해 보이는 B92 사이트에 우리 둥지를 틀었다.
단풍이 조금씩 들기 시작하는 설악동 야영장.
10월 말에 오면 울긋불긋 한창일 단풍 빛깔에 야영장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을 듯싶다.
작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숯불에 삼겹살을 올렸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그 맛이 기가 막힌다.
저녁을 먹은 후 화로대에 장작을 집어넣고
고구마, 밤을 구워 먹으며 불멍하는 재미에 밤은 빠르게 깊어만 간다.
밤 기온이 약간 차긴 하지만 전기 없이도 하룻밤 추위 없이 잘 수 있었다.
다음 날,
오전은 캠핑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 구경을 하러 다시 길을 나선다.
목적지는 낙산사.
연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낙산사에서 바라보는 동해는 시원함 그 자체다.
시퍼런 바다색, 푸른 하늘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
가슴이 뻥 뚤리는 느낌이다.
떠나기 전 절 안에 위치한 찻집에서 잠깐 쉬어가기로 한다.
커피맛은 평범했지만, 시원한 바다가 만들어 주는 분위기는 꽤 특별했다.
낙산사 입장료가 인당 4,000원으로 비싸긴 했지만 양양에 왔다면 한 번 구경할 만한 명소이다.
다음 행선지는
남대천 연어 생태 공원.
인파가 많이 몰리는 관광지 식당에서 밥을 먹기 조심스러워
연어생태공원 근처에서 노숙 모드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공원을 가볍게 한 바퀴 돌기로 한다.
이번에는 짜증낼지도 모르는 애들은 빼고 부부끼리만.
갈대밭 사이로 난 데크길이 꽤 매력적인 곳이다.
아직은 데크길이 길지 않지만,
길을 좀 더 길게 만들고 연어와 관련된 시설과 편의 시설을 좀 확충한다면 방문객이 많이 찾을 듯하다.
이 곳을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 양양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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