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원적산 백패킹 (2022년 5월)
5월 초 조카와 일-월로 다녀온 원적산 백패킹.
원적산에서 하는 3번째 백패킹이지만,
언제 가도 만족스러운 원적산.
수원 근교에서 이만큼 백패킹하기 좋은 산도 드물다.
백패킹의 시작은 늘 그렇듯 영원사.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더 한적한 분위기의 영원사.
산허리가 포근하게 절을 감싸고,
가람배치를 해치지 않으면서 딱 필요한 건물만 있는 절.
내가 딱 좋아하는 절이다.
영원사를 떠나자마자 만나는 오르막길.
몸이 아직 적응 안 된 탓에 초반부터 무척 힘들기만 하다.
능선을 만나고부터 이제 좀 산 탈만하다.
오르막을 서너 번 오르락내리락거리고 나서
가파른 계단길을 힘겹게 올라서면 만나는 사방이 시원한 원적봉.
이제부터 천덕봉으로 향하는 멋진 능선을 탈 차례다.
예전엔 길이 파이고 험해서 힘들었는데,
이젠 계단이 잘 설치되어 있다.
주말 저녁이면 빈자리가 없는 곳이지만,
일요일이라 이 큰 산에 텐트 한 동만 덩그러니 설치되어 있다.
그 텐트를 지나고
천덕봉은 바람이 너무 많이 불 거 같아
천덕봉 바로 아래 너른 자리에 둥지를 틀기로 한다.
짐을 내려놓고 처음 와본 조카를 위해
천덕봉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을 다녀와서 텐트를 설치하니
벌써 해가 넘어가려 한다.
등산객 1팀이 지나가고 나선
무척이나 조용한 원적산의 밤.
허기를 채우고 술잔을 비우면서 그렇게 밤은 흘러간다.
5월의 해는 너무 일찍 뜬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느끼는 습한 기운.
텐트 위로 이슬이 왕창 내려앉았고,
눈앞에는 운무가 천천히 너울거린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구름이 만들어 내는 장관에 빠져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하산 준비를 마치고 출발할 때 즈음
사방은 온통 구름으로 덮여 조망을 막아버렸다.
내려올 땐 정말 순식간이다.
하지만 내리막길에선 방심은 금물이다.
영원사 산신각 모습이 보일 때 즈음 긴장감을 내려놓는다.
.
박배낭 메고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조금은 힘든 코스지만,
언제 가더라도 만족감을 주는 그런 코스다.